우리 선비, 10대와 농사를 노래하다
白露郊原冷 백로교원랭 이슬 내리자 들판은 서늘해지고
汚邪早稻黃 오사조도황 낮은 땅 올벼들은 황금물결 이루었네
屯雲卷䆉稏 둔운권파아 묶인 볏단은 구름처럼 쌓여 있고
積水見蒼茫 적수견창망 파란 논물은 넓게 깔려 있네
出碓精如玉 출대정여옥 방아 찧어 나온 쌀은 옥과 같아서
翻匙滑更香 번시활갱향 수저에 담긴 밥이 윤기 나고 향긋하구나
前溪秋潦盡 전계추료진 가을장마 지나간 앞개울에는
更有蟹銜芒 갱유해함망 게도 벼 까끄라기를 물고 있구나
-장유(張維, 1587-1638), <확도(穫稻)>
선현들은 한 해 중 가장 중요한 절기로 추수를 꼽았습니다. 풍성한 먹거리와 관련되기 때문이고 한 해의 결실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청렴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한 계곡 장유 또한 ‘방아 찧어 나온 쌀은 옥과 같아서/수저에 담긴 밥이 윤기 나고 향긋하구나’라고 추수의 의미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 10대들 또한 농부에 대한 감사, 쌀을 보내주시던 할머니에 대한 추억,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떠올리는 것을 보며 농촌은 심미적·생태적으로 빼어난 자연경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어머님과 같은 품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동학의 제 2대교주 최시형(崔時亨)의 가르침 중에 ‘이천식천(以天食天)’이란말이 있습니다. “하늘로서 하늘을 먹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먹는 밥 한 톨, 나물 한 그릇, 국 한 그릇, 각종 반찬에는 온 우주가 함께 참여하는 잔치의 한 마당이 된다고 합니다. 비와 바람, 사람, 미생물, 흙, 나무, 풀 어느 것 하나 자연 아닌 것이 없으며 우주의 질서와 조화 아닌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늘인 음식으로 하늘인 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계적 영적 스승이신 틱낫한 스님 또한 벼 한 포기, 쌀알 한 톨에서 수고한 자연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원주의 생명 운동가이자 평화사상가인 장일순 선생님도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씀을 남기시며 농부와 수고한 자연의 공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대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셨습니다.
이렇게 우리 인류의 스승들은 하나같이 밥 한술 뜨는 일이 온 우주가 함께 참여해서 노력해서 수고해야지만 자연이 자연을 사람이 사람을, 그리고 온 생명을 서로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준엄한 자연의 질서와 조화, 그리고 그 기적에 대해 늘 놀라워하고 겸손할 줄 알았습니다.
추수는 수확의 축제이자 이웃과 친지, 생명과의 나눔과 이듬해 생명과의 재만남을 예고하는 환호성입니다. 오늘 밤 나눔과 부활의 축제를 꿈꿔 봅니다.
후손들을 위해 농업과 농촌, 도시와 농민, 자연과 생명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배려와 함께 우리가 누군가에게 늘 빚지고 산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며 나누고 베풀며 공경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닌다면 지구 생명 공동체는 자신의 조화와 질서를 회복하여 좀 더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0대 생각
· 농부들이 힘들게 고생하며 지은 농사의 결과물인 쌀을 추수해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에 올라오는 게 기적인 것 같다. 밥 한 톨 한 톨도 힘들게 길러 추수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앞으로는 농부와 쌀을 조금 더 소중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모를 열심히 심는 농부들이 생각나고 모내기를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를 생각해보니 추수는 노력과 기다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 농부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우리가 평소 맛없으면 그냥 남기는 음식들이 모두 농부들이 땀 흘려가며 헌신한 것이라 생각하니 편식을 조금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이 시를 읽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우리 집에 오시거나 할머니댁에 갈 때면 꼭 쌀이나 참기름 등 수확한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나는 귀찮아서 무언가를 가꾸는 일을 잘 하지는 않지만 농부들은 그 귀찮음을 이겨내고 우리들이 맛있고 깨끗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헌신한다. 그래서 나는 농부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 힘들게 지은 수확물이 우리 밥상에 올라와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일에 감사하다. 노력과 기다림 덕분에 우리가 굶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감사드린다.
· 우리가 힘든 농사를 안 짓고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추수는 일년 동안 힘듦과 노력의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땀을 흘려가며 온 노력과 정성을 쏟은 결과 우리의 밥상에 올라온다는 일 자체가 보상이자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 추석은 항상 감사한 의미로 다가온다. 추석 때마다 산소에 직접 찾아가 매번 감사하다고 전하고 ‘내년에도 풍년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해야겠다. 물론 자주는 찾아뵙기 힘들지만 맛있는 수확물을 가져가서 조상님께 드려야겠다.
· 추수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한해동안 열심히 기른 곡식을 수확하기 때문이다. 또 추석은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친척들과 1년에 몇 안 되는 만남이자 모임을 하기 때문이다.
· 요즘에는 추수와 추석의 의미를 잘 되새기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는 그것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추수와 추석은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라 생각한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한 해의 결실인 추수에 대해 우리가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추수와 추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