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비, 10대와 농사를 노래하다
得醬尤宜三夏食(득장우의삼하식) 절여 두면 여름에도 좋은 반찬이요
漬塩堪備九冬支(지염감비구동지) 김장 담가 겨우내 먹을 수도 있구나
根蟠地底差肥大(근번지저차비대) 땅 밑에 자리 잡은 큼직한 뿌리여
最好霜刀截似梨(최호상도절사리) 드는 칼로 쪼개 보니 연한 배 같구나
- 이규보(1168-1241), 「채마밭의 여섯 작물을 노래하다[(가포육영(家圃六詠))」
이 시는 고려 시대 학자이자 시인, 철학가이며 국무총리를 지내기도 한 이규보의 글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글만 읽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인으로서 일반 백성들과 같이 텃밭을 가꾸며 먹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였습니다. 시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집안 텃밭에 여섯 종류의 채소(오이, 가지, 순무, 파, 아욱, 박)를 기르면서 관찰한 내용과 그것의 쓰임, 기쁨을 노래하였습니다.
자녀의 가정교육으로서 혹은 영양과 건강, 자연을 접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건강함, 기후와 식량 위기에 대한 대안을 생각해볼 때 텃밭에서 손수 먹거리를 길러보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텃밭을 기르고 돌보았을 때 좋은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릴 수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부모님은 맞벌이로 자녀는 학교-학원-집을 쳇바퀴 돌 듯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텃밭을 중심으로 가족이 뭉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연 교육의 산 체험장이 될 수 있습니다.
꼭 학원에 비싼 돈을 들여 부모님 눈치 보며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해야 하거나 시간을 때우는 것만이 교육의 목적은 아닐 겁니다. 입시와 성적, 결과 위주의 공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흙을 바라보고 주변의 물소리, 새소리를 듣고 식물이 자라고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식물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듯 자신 또한 올곧고 성실하게 살아가리라 다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식물과 나무의 이름을 많이 알 수 있게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고 누군가 말했지요. 저 또한 도시에서 나고 자라 생활하다 보니 우리 10대들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가지고 식물도감이나 인터넷을 통해 거꾸로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무심하고 무덤덤하게 지나쳐 버리게 됩니다. ‘풀은 풀이요, 나무는 나무’가 되어버리지 않나 반성해 봅니다.
넷째, 오감을 자극하고 신체를 활성화할 수 있게 됩니다.
손수 가꾼 농작물을 눈으로 보고 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만져보고 냄새 맡으며 맛을 볼 때 우리의 오감은 저절로 자극을 받게 됩니다. 책상에 앉아서 손과 머리만 쓰는 공부가 아닌 온몸으로 자연을 체험하고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우리의 신체와 두뇌는 식물과 나무와 함께 활성화되고 그것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게 되며 건강은 덤으로 챙길 수 있게 됩니다.
다섯째, 순환과 겸손의 이치를 체득할 수 있게 됩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 또한 도시생활을 하다 보니 아무런 죄책감 없이 소변과 대변을 수세식 변기에 내려버리게 됩니다. 이래서는 자연적으로 흙의 자양분인 퇴비를 만들어 쓸 수 없게 되고 결국 석유를 사용해서 공장에서 생산된 화학 비료를 쓸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뒷간이 급하면 아무 데서나 변을 보지 않고 꼭 자기 집에 가서 볼일을 보았다고 합니다. 똥을 모아서 쌀겨와 톱밥, 낙엽과 함께 재워두면 농작물과 흙의 영양분이 되고 오줌 또한 따로 모아서 2주 정도 삭혀두면 식물과 나무의 훌륭한 거름이 되니 비싼 비용을 들여 대소변을 처리할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곡식과 채소를 김매고 벌레를 잡아주며 물주기 위해 허리를 굽히게 되고 자연스레 아래를 쳐다보며 꽃과 식물, 나무와 인사를 하게 되니 따로 ‘겸손’이라는 단어를 배울 필요가 없게 됩니다.
이렇듯 텃밭을 가꾸게 되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삶의 여유와 생활의 기술과 지혜를 자연스레 익히고 터득하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다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늘 흙과 자연, 농작물, 새와 나무, 돌과 산, 계곡과 바람, 햇볕과 공기, 흙 속의 생명들을 주시하며 이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를 고려한다면 지구상의 생명 있는 것과 생명 없는 것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10대 생각
· 내 손으로 심고 길러서 먹는 그 과정이 노력과 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건강함을 느낄 수 있고 환경 보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 우리가 손수 농작물을 키워 먹으면 식료품 회사에서도 ‘어? 이제 다들 채소를 안 사니 대량 생산할 필요가 없네?’라고 생각하며 생산을 줄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채소를 포장할 때 사용하는 비닐과 플라스틱, 석유 등을 줄여 기후위기를 조금이나마 완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 시를 읽고 그동안 별생각 없이 먹었던 한 끼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 지구온난화로 가뭄이나 홍수 피해가 심한데 농작물을 기르면 자연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성취감이나 때를 기다릴 줄 알게 되는 것 같다.
· 이 시처럼 우리에게 텃밭이 있다면 여러 가지 채소를 심어보고 싶다. 여러 가지 채소를 심으면 그것의 특징을 많이 알아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우리 가족이 오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지난번 마트에 갔을 때 마음에 드는 오이가 없어서 이것을 심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햇다.
· 텃밭을 가꾸면 마냥 귀찮고 하기 싫으며 ‘왜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이 활동을 하다 보면 건강과 기분도 좋아지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 나에게 텃밭이 생기면 토마토를 길러보고 싶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고 키우기 쉬우며 맛도 좋기 때문이다. 토마토가 자라 열매가 나오면 뿌듯할 것 같다.
· 이 시를 읽고 식량의 중요성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손수 농작물을 길러 먹으면 사서 먹어도 되지 않으니 돈을 절약할 수 있고 우리가 먹는 농작물에 대해 더 감사함을 느끼게 될 것 같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에게 텃밭이 있다면 어떤 종류의 채소를 심어보고 싶은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2. 손수 농작물을 기르고 먹는 일이 기후 및 식량 위기의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