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16일

by 은은


宿霧未晞山鳥語(숙무미희산조어) 간밤의 안개 촉촉한데 산새들은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봄바람 살랑이니 들꽃이 환하네

短笻歸去千峯靜(단공귀거천봉정) 지팡이 짚고 돌아가는 길 일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푸른 절벽에 어지런 안개 느지막이 개네

-김시습(金時習, 1435~1493), <준스님에게 바치는 시[증준상인(贈晙上人)]>


세종 때 오세 신동이라 불리던 김시습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조카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은 세조에게 분노하여 평생을 관직 생활을 하지 않고 자유로이 전국의 산천을 유람하고 방랑한 길 위의 시인입니다. 이 시는 그가 전라도 순천 조계산(曹溪山) 송광사(松廣寺)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승려 준(晙)에게 바친 시입니다.

그의 시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여행길이 마치 눈앞에 살아 있는 듯 그려지지 않나요? 마음에 집착 없이 한발 한발 떼고 있노라면 누구나 자신을 잊고 대상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땀 흘리며 산 고개를 넘어가다 잠시 쉬어가려는 그 순간 때마침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고 산새들 지저귀며 일천 봉우리와 푸른 절벽에 느지막히 안개가 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자연을 자주 접하고 충분히 접속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히 되겠지요


35년 이상을 야외에서 생활하며 자연 접속 프로젝트 이사이자 환경교육을 위한 워크샵과 자연 접속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마이클 코헨은 그의 저서 《자연에 말 걸기(Reconneting with nature)》에서 자연과의 접속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온전하고 건강한 자연 감각을 타고난다. 그 감각들이 둔화되기 전까지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번성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연 속 자신의 근원과 접속하며 충족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이렇게 방해받지 않고, 단절되거나 불만족한 고통을 피하는 것이다. 자연의 감각적 지혜가 사람들 안에서 충족될 때 편안함과 만족감이 일어난다. 그것은 삶의 온전함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충족되지 못하면 감각적 만족과 사랑에 대한 욕구를 일으킨다. 자연 감각과 느낌들은 우리의 다중적인 개성이며, 우리 내면에 있는 아이의 진정한 본성이다. 책임감 있게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각각의 순수한 자연 감각에 주의를 주고, 신뢰로 양육해야 한다. 각각의 자연 감각은 아름답고 비언어적인 지성과 사랑이다. 자연 감각 하나하나는 안정성과 생존, 온전한 정신에 자신만의 공헌을 하며 각자의 가치를 지닌다. 산업사회는 우리의 의식과 자연의 고결함으로부터 이러한 감각을 차단하는 많은 조작된 스토리들을 만들어 냈다. 자연에 말 걸기 과정을 통해 이러한 조작과 개인, 사회, 환경에 대한 관계에의 역효과를 되돌릴 수 있다.


타고난 자연 감각과 느낌의 회복, 하나 됨, 상호연결이란 영적 감수성과 감각을 회복할 수 있을 때만이 우리는 안정과 생존, 편안함과 만족감이라는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속도 위주의 경쟁 사회의 흐름과는 반대로 오늘부터 천천히 자연과 나 자신의 자연 감각에 말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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