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日日看山看不足(일일간산간불족) 날마다 산을 보건마는 아무리 보아도 늘 부족하고
時時聽水聽無厭(시시청수청무염) 언제나 물소리를 들어도 도무지 싫증나지 않네
自然耳目皆淸快(자연이목개청쾌) 자연으로 향한 귀와 눈은 맑고도 상쾌할 뿐이니
聲色中間好養恬(성색중간호양념) 그 소리 그 빛으로 평온한 마음이나 가꾸어볼까
-충지(1226~1292, 고요함 가운데 나를 찾아[한중자경(閑中自境)]>
오늘 교육원에 출근해 보니 어제보다는 뜨거운 열기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곳은 다홍빛 치마를 하늘거리는 배롱나무와 꽃이 큰 흰 무궁화, 아름드리 은행나무, 정갈하게 아담한 그늘을 안겨주는 후박나무와 향나무, 한들한들 각양각색의 코스모스, 붉은 몸을 자랑하는 고추잠자리가 수놓고 있어 마음 한켠을 따스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른 감이 있지만 무더위 속에서 다가올 가을의 냄새를 느껴봅니다.
위 시는 고려 충렬왕 때 문장과 시로 유명하며 사후에 원감국사(圓鑑國師)라는 시호를 받은 충지 스님의 글입니다. 우리 10대들의 일상은 늘 학교-학원-집의 연속입니다. 배움만 넘쳐날 뿐 배움을 실천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은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직장인 또한 하루의 대부분을 업무 보는데 열과 성을 다하느라 녹초가 되기 십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연과 접촉할 기회를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늘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자신의 품을 내어주며 아무리 쳐다봐도 싫증 나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 그것은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연으로 눈과 귀를 향하듯 나의 내면으로도 시선을 돌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이니만큼 쾌적한 숲속을 걸어 들어가는 상상을 한 번 해볼까요?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쭉쭉 벋은 나무들과 나비, 다람쥐, 각종 이름 모를 풀과 야생화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가슴까지 탁 트이는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게다가 폭포 소리까지 더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합니다. 평일이 어렵다면 주말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가까운 산과 계곡을 찾아 잃어버린 나의 내면의 눈을 움틔워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