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上天下地爲網羅(상천하지위망라) 하늘부터 땅까지 전부가 그물인데
弓弩畢弋兼刀戈(궁노필익겸도과) 활도 모자라 주살에다 칼에다 창까지
飛走路絶其如何(비주로절기여하) 갈 곳 없는 새와 짐승 어찌하란 말인지
- 신흠(申欽, 1566~1628), <잡언 3구> 중 제2수
태풍이 지나간 이후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저는 지난주 2박 3일로 교육원 식구들과 함께 제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교육원의 연수의 목적상 탐라교육원과 서귀포 학생문화원 탐방은 필수 코스였습니다. 탐라교육원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 교육기관이며 서귀포 학생문화원은 예술 영재를 양성하는 곳이었습니다. 강당 또한 특이했는데 마름모 형태로 되어 있어 음향이 마치 서라운드처럼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주 하면 천혜의 자연환경인 것 같습니다. 해안가에서 가족 단위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한라산에 한 번 올라가 보는 것도 기억에 많이 남을 듯합니다. 이번 제주 여행의 압권은 더운 날씨 덕에 사려니숲길 산책이었습니다. 이곳에는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서식하고 있어 청량감을 주었습니다.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이라는 신역의 산명에 쓰이는 말입니다. 즉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입니다.(위키백과 참조)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10m 이상의 키를 자랑하며 시원스레 위로 곧게 뻗어 있어서 자연스레 위를 쳐다보게 되었는데 숲에서 보는 하늘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바닥과 나무가 습기를 머금고 있어서 천연 가습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가정 환경이 어려운 학생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하시는 중년 여성분을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숲속 무대 위에서 팬플룻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사려니 숲과 팬플룻의 맑은 소리가 잘 어우러져 신비감을 자아냈습니다.
‘건강에 좋다’, ‘몸에 걸치니 따뜻하다’, ‘희귀 동물을 잡아서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 ‘남들이 평소 잘 먹지 못하는 귀한 음식을 먹을 것이다’ 등 건강과 체온유지, 경제적인 이익 추구, 나의 입맛을 즐겁게 하기 등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이유로 우리는 야생동물을 무절제하게 학대 또는 희생하게 하거나 모른 척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지구공동체의 생명들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인가요? 짐승들도 필요한 만큼만 살생을 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며 천지자연의 뜻을 대행하는 인간인 우리는 특히, 기성세대들은 왜 이렇게 막무가내가 되었을까요?
공자는 “낚시로 고기를 낚았지만 그물질하지는 않았고, 주살(활)을 던졌지만 잠든 새를 쏘지는 않았다[자조이불망, 익불사숙(子釣而不綱, 弋不射宿)].”(《논어(論語》, <술이(述而)>) 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생명을 대하는 방법과 자세, 생명 존중 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어갈 정신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우리 10대들의 생각과 생태적 감수성도 이와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 예민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인 제주를 지키고 보존해야 하듯 지구 생명 친구들도 나를 사랑하듯 아끼고 절제하며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그물로 연결되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