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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수 Dec 12. 2023

싱글인 부산1

연애, 참 징글징글하다. 싱글이 답이다. 그러나 나는 왜 기쁘지 않을까.

 

   연애를 멈춘 지 벌써 햇수로 2년이다. 


   곧 1월이 되면 3년 차 솔로가 된다. 뭐 그깟 몇 년 솔로였던 게 대수냐, 싶긴 하겠다만. 나의 역사에서 그간 쉼 없이 저작되던 연애 실록이 멈춘 일은 꽤 큰 변화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그냥 그렇게 됐다. 탱탱하던 피부가 처지는 것처럼, 곧던 허리가 굽는 것처럼 나의 마음에도 노화가 시작된 것일까. 연애를 할 만큼의 충분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 언제나 그 마음 하나면 나는 완전했다. 좋아하는 너와 함께하는 일은 늘 최고의 행복이었다. 그러니 그간은 연애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사랑만큼 큰 합법적 도파민 각성제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그것에 중독되어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사랑은 내게 큰 행복을 주었지만, 그만큼의 값도 꼭 치르게 했다. 사랑에 웃는 날도 많았지만, 아픈 날도 많았다. 너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나의 희생과 포기를 허락했다. 네가 좋아하는 나로 바꾸고, 네가 싫어하는 나는 지웠다. 우리 둘 중 아무도 나를 위하지 않았다. 너도 너만 생각하고, 나도 너만 생각했다. 좋아하는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 여겼기에 그게 잘못되었다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뜨겁고 헌신적인 몇 번의 연애가 끝나자, 내 마음 안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상처가 남게 되었다. 아, 아니다 상처‘만’ 남게 되었다. (연애는 이제 진절머리가 날 정도니까.) 아무도 나를 아껴주지 않았기에 내 마음 구석구석은 온통 멍이고 흉터였다.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고, 너‘도’ 사랑했어야 했는데. 바보 같고 뜨겁던 나는 그걸 몰랐다.     





   심수봉은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송이 꽃이 핀다 했다. 노희경은 저를 버리면서 그에게 달려들어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 했다. 두 선생을 존경하던 바보 같은 나는 그렇게 사랑하는 게 ‘정답’이라 여겼었다. 아니 어쩌면 여전히 그게 진짜 정답일지도 모르지. 다만, 내 세상에서 만큼은 확실히 두 선생 모두 오답이다. 


   준 만큼은 받아야 하고, 나를 버리면서까지 얻어야 할 사람 같은 건 없다.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하고, 언제나 너는 2등 정도로 안치시켜야 한다.


     너는 나를 결코 이길 수 없어야 한다.     


  겨우 이거 하나 알아내려고 그리 많은 시간을 헤매었다니.

  나를 우선해야 한다는 그 당연한 거 하나 몰라서 그리도 서글펐다니.    





   다시는 뜨겁고 싶지 않다. 희생, 배려, 그런 건 이제 다 나한테 해주고 싶다. 언젠가 그런 일기도 쓴 적이 있다. 아낌없이 사랑을 주다 차였던 그즈음 쓴 일기인데, 엉엉 울며 한 자 한 자 눌러쓴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심수봉도 노희경도 다 틀렸다. 아낌없이 주긴 뭘 줘. 나를 버리니 그가 와? 어림없는 소리다. 비록 오늘은 두 작자에게 속아 울고 있지만... 나는 계산적인 어른이 될 거다. 준 만큼은 꼭 받아낼 거고, 이제는 나를 위해 살 거고, 나만 사랑할 거다.’     

  

   비로소 나는 꿈을 이뤘다. 뭐 아예 주지 않아서 받는 것도 없긴 하다만 어쨌든 나를 위해 살며, 나만 사랑하고 있다. 사랑에 그만 울고 싶었고, 혼자여도 괜찮고 싶었다. 딱 그렇게 살고 있다. 바라고 바라던 오늘이 드디어 도래한 것이다. 


   보통 꿈을 이루면 행복하지 않나.. 그런데 이 기분은 뭐지. 분명 이렇게 되고 싶었는데.. 나만 사랑하며 사는 게 내 소원이었는데..     



   .

   .

  왜 나는 오늘 기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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