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근육통의 충격
사실 다시 뛰겠다!는 거창한 마음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뛰기 싫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분 러닝의 열풍은 회사 내 2030 직원들 사이에서도 퍼졌다.
그때만 해도 한두 명이 각자 뛰다가 마라톤 대회를 같이 나가는 정도였다.
간간이 들리는 러닝이야기를 들을 때면 역시 유행은 유행이군.
나도 달릴 때가 있었지...라는 회상에 젖을 뿐 다시 뛰겠다느니 하는 치기는 부리지 못했다.
그때쯤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매일 왕복 두 시간 거리의 회사를 오가다가 폭염이 찾아왔고 도저히 땀에 절은 채 업무를 시작할 수 없어서 잠시 만보 걷기를 멈췄을 때였다.
"00 씨 같이 뛰시죠~~"하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뛰기 싫은데...'
그렇다 내게 '달리기=힘듦'으로 기억된 안타까운 역사가 있었던 것. 그래서 십시일반 4명의 크루를 모은 2030 사내 러닝 크루들은 그날 첫발을 내디뎠다.
나는 크루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누누이 말했다. "저는 일 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요. 운동을 너무 안 하니깐 저는 일주일에 한 번 뛰는 것도 장하다고 생각합니다! 주 1회 참석할게요"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들 퇴근 후 달리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대단한 직장인이라며 뿌듯함을 채우는 용도로 활용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 이후... 코피를 쏟으며 누가 말려도 혼자 나가 뛰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몇 달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 인근 종합경기장을 뛰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었다. 어쩜 쉬지도 않고들 잘도 뛰는지. 어떻게 저렇게 빠른 속도로 뛸 수 있는지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대단해 보였다. 나는 10분을 연속으로 뛰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게 뛰고 걷고 뛰고 걷고 다른 직원들이 5킬로를 채우고 벤치로 갈 때까지 꾸역꾸역 걷고 뛰고를 반복했다. 힘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리고 그다음 날. 나는 아주 지독한 전신 근육통에 시달렸다. 참 웃기다. 내가 다시 뛰게 된 열망은 그 이틀 동안 불타올랐다. 정말이지 안 아픈 곳이 없게 허벅지 안쪽 바깥쪽 어깨허리 엉덩이까지. 근육이 붙어있구나 싶은 곳은 모두 아팠다. 그도 그럴 것이 헬스를 가도 천국의 계단과 쓰던 기구 몇 개만 깔짝댈 뿐 '뛰어 본' 기억이 가물가물했기 때문이다 근 10년 동안 말이다.
그래서 와 이런데도 근육이... 와 이런 곳에도 근육통이! 하면서 감탄하는 이틀 동안. "달리기는 정말 전신 운동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빨리 뛰고 싶어졌다. 그렇게 다음주가 됐고 우리는 매주 월요일 일주일을 여는 의식이자 갓생 사는 직장인이라는 뽕에 취해 점점 러닝의 매력에 젖어들어갔다.
쉬지 않고 뛰는 것도 10분에서 20분으로 늘었다. 장족의 발전이었지만 젊은 남직원들은 30분을 쉬지 않고 내리뛰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욕심내지 말자. 그냥 나는 딱 30분만 뛰는 거다. 최대한 쉬지 않고 뛰자. 걸어도 된다 어차피 다시 뛸 거니깐. 욕심내지 말자 퇴근하고 경기장에 뛰는 나 자신. 그걸로 대단한 거다.라는 말을 되뇌었다. 운동을 하나도 하지 않았을 때를 생각하면 대단하다고 자꾸 칭찬을 해주니 나 자신은 내적으로 마구마구 자라고 있었다. 칭찬을 듣고 무럭무럭.
그렇게 30분을 쉬지 않고 뛰게 된 건 러닝 5 회차쯤? 너무 신기하면서 재밌었다. 그렇게 우리는 주 2회로 러닝 횟수를 늘렸다. 그리고 오는 11월 마라톤도 예매를 하게 됐다. 10킬로. 내가 10킬로를 뛸 수 있을까? 쉬지 않고...? 걱정이 앞섰지만 완주를 목표로 하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전신 근육통의 후폭풍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지만 너무 즐거웠다. 러닝이 재밌었다. 이제는 근육통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것도 신기했다. 그 모든 전신의 근육들이 매일매일 움직이고 있구나. 이제 러닝을 해도 근육통에 시달리지 않구나. 드디어 깨어났구나 잠들었던 병든 나의 몸...ㅎ 아.. 병든 나의 몸이라고 하면 또 할 말이 많은데.. 그건 또 다음에 이어서 말해야겠다. 뛰면서 글을 머릿속으로 또 정리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