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독점권을 주는 제도이다. 따라서 특허 출원 시점 이전에 공개된 내용이라면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허권을 받을 수 없다. 즉, 특허출원 전 공개로 인하여 신규성을 상실하였다면 특허등록 결정을 받을 수 없는 것인데, 여기서 공개는 남이 공개를 한 것이건, 발명자 스스로 공개한 것이건 가리지 않는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특허출원 전 발명 공개로 인하여 신규성을 상실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논문 공개에 의해 발명자 스스로 사전에 공개를 시킨 후 뒤늦게 특허출원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특허 실무경험상, 특허 출원전 발명 공개에 관한 문제는 발명자 스스로 공개한 것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본 글에서는 발명자 스스로 연구 결과를 논문 공개 등으로 먼저 공개시킨 경우,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받는데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어떤 점을 알아두는 것이 좋은지 서술해보고자 한다.
원칙적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발명 내용이 특허출원을 하기 전 공개되었다면, 주요 특허 등록요건인 신규성이 상실되어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공개가 발명자 자신에 의한 것이건, 남에 의한 것이건 상관없이 특허출원 시점 이전에 공개되었다면 원칙적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발명자 자신에 의한 공개의 경우, 공개된 날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특허출원을 하면 이를 구제해주는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성 상실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공개일로부터 1년 이내에 이를 소명하면서 특허출원을 하면 발명자 자신에 의한 공개는 없었던 것으로 예외를 인정해준다(특허법 제30조). 미국에서도 1년의 예외 기간을 인정해준다. 그런데,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공개 예외 인정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일단 공개되면 출원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미 공개된 발명을 특허출원하는 것은, 결함 있는 발명에 대해 특허권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결함이 있었으므로, 결함이 없는 발명에 비해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외 특허출원을 하는데 제약이 있고, 실험 데이터를 보완할 수 있는 우선권 주장 기한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모든 공개 유형을 점검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특허출원을 하기 전 발명이 공개된 경우로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여 공개된 경우를 가장 많이 생각할 것이고, 살제로 비중이 제일 높다. 하지만, 특허출원 전 발명 내용이 공개된 사유는 저널 발표 논문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허출원 전 학회 발표, 포스터 발표, 초록 발표, 연구실 내 대학원생의 학위 논문, 국가과제 성과보고서, 연구성과 관련 기사 등 발명의 내용이 포함된 공개사항이 발생하면 모두 발명이 출원 전 공개된 것으로 본다.
특허출원을 위한 발명 면담을 하다 보면, 논문 공개일이 1년이 지나지 않아서 출원을 준비하다가 이미 1년 이전에 학회 발표나 포스터 발표를 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특허출원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빈번히 보았다.
어떤 경우는 연구자의 연구실 내 대학원생의 학위 논문에 발명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해당 학위 논문이 이미 1년 훨씬 전에 발행되어 도서관에 입고되거나 온라인으로 조회가 가능한 경우도 있었고, 연구자가 연구비를 지원받은 국가과제 보고서에 발명 내용이 포함되었고, 해당 보고서는 온라인으로 누구나 조회가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들 모두 발명이 공개되어 신규성이 상실된 상황이기 때문이나 논문이 아니어서 연구자 스스로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특허출원 내용도 궁극적으로 공개된다.
연구자가 특허출원을 하면서 한번 출원하고 관련 연구를 끝내기보다는 동일 주제를 계속 연구하여 관련성 있는 연구성과가 계속 이어져서 나오는 경우들도 많다. 그런데, 앞의 연구성과를 가지고 특허출원을 하면서 출원 당시 가지고 있던 모든 연구 관련 내용을 특허 출원 명세서에 포함시켜 이로 인해 후속 연구결과물의 특허출원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들도 있다.
특허출원을 하면서 그때까지 도출된 모든 연구성과를 담다 보면 특허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다른 관련 내용이 특허출원 명세서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특허출원 명세서는 특허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면 특허법에 따라 명세서 내용 전체가 공개되어야 하는 문서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후속 연구결과의 특허 확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먼저 출원한 특허출원 명세서에 후속 연구 내용의 기초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1년 6개월이 지난 후에 후속 연구 성과의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후속 연구성과는 신규성 또는 진보성을 인정받지 못하여 특허출원을 하지 못할 수 있다. 발명이 공개되었는지 여부는 의미 있는 데이터가 있는가를 불문하고, 특허를 청구하고자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면 공개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바이오마커의 스크리닝 결과물에 관한 특허출원 시 이러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특정 조건이나 기능으로 필터링을 하여 많은 수의 1차 스크리닝 결과물을 얻어내고 이들을 모두 담아 특허출원을 하였으나, 결국 실질적인 데이터까지 확보한 마커만을 특허등록받게 되는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등록받은 마커 이외의 1차 스크리닝 결과물에 포함된 마커는 특허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면 모두 공개되므로,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이후에 확보하게 되어도 발명 내용 자체는 이미 공개된 것으로 취급되어 특허출원을 할 수 없게 된다.
공개되었는가의 기준은 특허 청구될 내용이다.
발명의 공개는 청구범위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내용이 공개되었다면 공개된 것이다. 의미 있는 데이터가 함께 공개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A라는 단백질이 당뇨병 치료 효과가 있다는 발명이 있다고 하자. 특허출원하여 등록받기 위해서는 당뇨 치료 효과를 유추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특허청구범위에는 "A 단백질의 당뇨병 치료 용도" 또는 "A 단백질을 포함하는 당뇨병 치료용 조성물"과 같은 내용만 적히게 된다. 그런데, 특허출원을 하기 전 연구성과 관련 기사를 통해 A 단백질이 당뇨 치료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다면 발명은 공개된 것이다. 짧은 초록 형태이건, 포스터 이건 "A 단백질 "과 "당뇨병 치료효과"의 2 가지가 함께 공개된 사실만 있으면 발명은 공개되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학회 발표나 포스터 발표를 하였지만 데이터는 포함시키지 않았으니 발명 공개 부분은 괜찮은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바이오 분야의 연구는 데이터 획득을 위한 실험 등에 연구비가 특히 많이 들어가는 기술분야로, 연구자가 국가나 기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연구결과물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고, 논문을 발표하거나 특허로 출원하여 연구성과로서 제시하여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연구성과가 미래가치와 시장성이 있다면, 상용화를 위한 기술이전이나 기술창업을 추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술분야의 특성상, 연구가 관련성 있는 주제로 진행되어 연구성과가 시리즈로 계속하여 발생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연구 계획과 특허 확보 계획이 함께 세워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 제출 등의 문제가 얽히면서 발명은 먼저 공개되어 버리고, 후에 기술의 시장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특허화하려고 하였을 때 특허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기술은 기초과학의 토대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므로, 기초과학적인 내용의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단계라고 하더라도 특허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