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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막히는 이유 #4

정답 찾지 말아요.

지난 글에서 단어가 생각이 안 나면 빠르게 포기하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단어는 왜 생각이 안 날까요? 말하다가 탁 멈추는 그 현상, 말하기도 전에 엄두가 나지 않는 현상, 왜 일어나는 걸까요? 




정답 찾지 말아요.


단어시험이 아니니까


이미지 출처: pxhere.com

"다음 중 노란 문을 찾으시오."라는 문제를 풀어 보도록 합시다. 1, 4, 5번째 문은 흰색이니 바로 거르고, 2, 3번째 문이 노란색으로 보여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3번째 문의 그림자는 흰색이네요. 그러면 아무래도 문 색깔과 그림자 색깔이 둘 다 노란 색인 2번째 문이 더 정답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우리는 3번을 소거하고 2번을 정답으로 기입합니다. 이것이 수능 영어 훈련이죠. 5개의 정답 중에 3개 거르고 2개 중 오류 찾아서 1개의 정답 찾기. 문제는 자연스럽게 상대와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에도 조금만 막히면 이 오답 찾기 본능이 나온다는 거예요. 


너가 나한테 3이라고 말했어. 

이 말을 영어로 한다면 "You told me it was 3."와 "You said it was 3." 둘 중에 무엇이 맞을까요? 조금 더 시험영어 식으로 말해 보자면, 


17. 다음 중 위 대화를 영어로 옮긴 것으로 올바른 것을 찾으시오. (2점)

(1) It was 3, you said to me.
(2) You told me it was 3.
(3) You said it was 3.
(4) 3 is what you told me.
(5) According to you, it was 3.


정답은 '전부 다'입니다. 5개 다 내가 말하려고 한 바를 전달할 수 있어요. 4개는 오답이고 1개만 정답인 시험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You _________ it was 3.라고 준비해 놓고 빈칸에 다가섰을 때 '아 여기서 say였나? tell인가? 아닌가?' 하면서 멈춘다는데 있어요. say와 tell 중 무엇이 더 좋은 답인지를 찾는 노력은 곧 say와 tell 중 오류가 있는 선택지가 무엇인지 찾는 것과 같습니다. 둘 다 오답이 아닌 정답인데 없는 오답을 찾으며 "어..." 하다가 결국 대화를 놓치게 되죠.


저는 이것이 시험영어의 트라우마라고 봐요.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 대화가 아니라 단어시험처럼 느껴지는 거죠. 오랫동안 연습해온 시험 모드가 되어서 내가 하려는 말에서 오류를 찾으려 하니까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에게 "잠깐만! 잠깐만!" 하면서 브레이크를 거는 거예요. 그러니까 멈추고, 멈춘 동안 "어..." 하게 되고, "어..."가 길어지다가 패닉하고, 패닉하니 대화를 포기해요. 그리고 "아, 단어가 부족해서 또 망했어."라고 생각하게 되죠. 또 단어를 열심히 공부하지만, 이런 상황은 반복되기 마련이에요. 




하나만 해요. 두 개 다 하지 말고.


정답 찾기의 폐해는 단어뿐만이 아닌데요. 단어와 밀접하게 연결된 문법에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단어의 경우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해서 말이 멈춰버렸다면, 문법의 경우 '다 하려고 해서' 말이 꼬이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요. 위의 상황에서 "You said, you told me? said? you told?"라고 반복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I must have to go."처럼 must와 have to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해서 둘 다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대화의 타이밍 상 둘 중 오답을 가려 더 나은 답을 말하려 하는데, 선택을 하지 못한 채 말이 흘러나오니 둘 다 나오는 경우입니다. "I will going."처럼 will과 be going to를 섞는 경우처럼 단순한 문제부터, 긴 글이나 말을 할 때 주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한 말 또 하며 빙글빙글 도는 경우까지 증상은 여러 가지입니다.


이미지 출처: publicdomainvectors.org


해결책은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풀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없는 오답을 찾아 소거하려 노력하니 힘만 들고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 이렇게 말해도 되고, 저렇게 말해도 되고, 뜻만 통하면 돼요. 조금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문법 조금 틀려도 상대방은 상황상 문맥상 이해할 테구요. 단어도 아주 예민한 부분에서 실수하는 것이 아니면 대화 안에서 의미 보정이 될 거예요. meeting이나 talk나 discussion이나 그게 그거예요. 우선은 자연스러운 대화 진행을 위해서 오답 찾기 본능은 접어 두고, 내 뜻 전달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래도 아직까지 망설여지실 거예요. 다음 글에서 우리가 왜 원어민 앞에서 영어로 말해볼까 말까 망설여지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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