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로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예정되어 있던 시간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1시. 이제 난 곧 수술대에 누울 것이다.
입원 기간 동안 보호자로 있던 동생은 내가 신고 있던 슬리퍼를 챙기기 위해 따라나섰고 수술실 앞에서 양갈래 머리를 양쪽으로 치켜든 내 모습이 우습다며 카메라를 들었다. 그런 동생이 있어 입원기간 내내 조금의 불안도 더해지지 않았고 담담하게 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슬리퍼를 들고 동생이 떠났고 이제 나 혼자만의 시간이다. 수술실에 들어가서 헤어캡을 쓰고 걸어가 안내받은 침대에 누웠다. 누워서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라는 성경 말씀이 적혀있다. 곧이어 간호사가 다가와 내 이름과 나이, 오늘 받는 수술의 종류를 확인하고 오른쪽 팔에 마취약이 투입될 큰 바늘을 꽂고 갔다. 커튼 하나로 구분되어 있는 옆 침대들에서는 대기 중인 환자들의 긴장된 숨소리, 간호사에게 질문을 하는 떨리는 목소리, 수술을 마치고 나와 회복 중인 환자들의 힘겨운 호흡이 뒤섞여 들려온다.
5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한 덕분인가.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익숙한 나는 그저 눈을 감고 차가운 수술실로 들어갈 때를 기다린다. 하지만 체감상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내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고 시간이 길어지니 그 와중에 슬슬 불안해할 가족들이 걱정된다. 그때쯤 오늘 의 수술을 집도할 담당의사가 다가왔다. “많이 긴장되진 않으시죠?” 라며 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수술실이 소독 중이고 곧 나의 차례가 될 것이며 이따가 거기에서 만나자고 했다. 문득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환자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유쾌한 선생님들을 만나서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2-3명의 사람들이 다가와 수술실로 이동한다고 했고 침대가 움직일 때 큰 소리가 나니 놀라지 말라고 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딸깍, 쿵 소리를 시작으로 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두 개의 문을 지나 수술실에 다다랐다.
맨 먼저 차가운 공기가 나를 맞이했고 그다음 강렬한 불빛과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차례로 들어왔다. 곧이어 내가 수술대로 옮겨 눕자 이불을 덮고 양팔을 묶고 코와 입에 마스크가 씌워지는 행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잠시 후 들리는 목소리.
“마취과 의사예요. 곧 마취가 시작될 거고 마취제 들어가는 느낌 차갑습니다. 지금부턴 기억이 안 날 거예요. “
팔부터 차가운 마취제의 느낌이 퍼지고
3, 2, 1…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며 나는 생각한다.
‘자, 이제 곧 잠들 시간이다. 자고 나면 나는 회복실에 누워 있을 것이고 여전히 감사한 내 삶은 계속될 것이다. 사랑하는 내 사람들, 이따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