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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Jul 24. 2022

인체의 신비

일요일이다. 문득 월요일까지 해야 하는 아이의 숙제가 떠올랐다. “이안아, 숙제 다 했니?” 그러자 아이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다리를 만지며 말했다. “엄마, 저 다리가 아파요. 너무 아파요.” 나는 아픔을 호소하는 아이의 다리를 살피고 주무르며 단순한 근육통인지, 병원에 가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다.



카톡~ 카톡~ 그때, 카톡 알람이 왔다. 놀이터에 나올 수 있냐고 묻는 아이 친구의 문자였다. 나는 아이에게 문자 내용을 전했고 아프니까 다음에 놀자고 답장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엄마, 저 다 나은 거 같아요. 이제 하나도 안 아파요.”

순식간에 나아진 병세에 황당해서 “벌써?”라고 묻자 아이가 답했다. “엄마가 만져주니까 괜찮아졌어요. 저 이제 놀고 올게요. 다녀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띠리링’ 현관문이 닫혔고 아이는 사라졌다.



그야말로 헐이다. 아무리 극심한 통증도 놀 때는 안 아픈 놀라운 인체의 신비다. 아마도 아이의 괜찮아진 다리는 오늘 밤 “이제 자자.”라는 말에 다시 아프기 시작할 것 같다. 하긴, 나 역시 40이 넘은 지금도 놀 때는 안 아프다. 체력은 전보다 좀 후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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