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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Aug 24. 2022

내 손 잡아봐. 엄마

어느새 아이의 마음이 자랐다.

유독 두통이 심한 날이다. 멍한 머리와 한쪽 머리가 찌릿한 편두통이다. 움직일 때마다 어지럽게 골이 흔들 약을 먹고 종일 누워 지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 짜증이 아이들로 향하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아이들의 하원 전  타이레놀 하나를 더 입안에 넣고 물과 함께 삼켰다.

편두통이 짜증이든 화든 뭐로든 변해 괜한 아이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되어 두통약을 미리 먹어두는 것은 내가 더 예민해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예방 차원에서다.


육아는 체력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주 양육자인 엄마가 아프지만 않아도 반은 성공한 하루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당장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어떠한 운동도 하지 않는 내가 체력 이야기를 하는 이 모순된 상황은 뭐람.


요즘에 뭘 신경 쓰고 있었을까. 두통의 원인을 알 길이 없다.

20대부터 신경성 두통을 달고 살았던 나였기에 대수롭지 않은 증상이지만 육아를 함에 있어서 나의 컨디션은 육아의 질과 상당히 관련이 깊다.


아. 이럴 때 쉬면 얼마나 좋아~


독박 육아는 내가 아플 때 제일 아쉽다. 아니 슬프.


가까운 거리에 친정이나 시가가 있다면, 언니들이나 시누이라도 근처에 살고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든다.

아프니까 아이들 좀 봐달라고 부탁하고 공동육아라도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이렇게 내가 아픈 것보다 아이들의 육아에 심적 부담을 가지고 하원하는 아이들을 만나진 않을 것 같다.


내가 아파도 무조건 나는 아이들을 봐야 하는 상황.


이게 가끔은 서럽기도 하고 엄마의 숙명인가 싶을 때가 있다.

나의 아픔보다 아이들이 내 인생의 우선순위와 가치가 되는 것.

숭고한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한 값진 모습이라고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내 몸 하나 못 챙기는 것 같은 느낌이 동시에 들기도 하는, 엄마라는 역할과 육아의 가치와 함께 감정이 버무려져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마음이 든다.


저녁을 대충 차려주고 아이들에게 엄마가 몸이 좋지 않아 누워있겠다고 이야기하고 스스로 밥을 먹게 했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이 보이게 어지러운 머리와 몸을 거실 매트 위에 뉘었다.


밥을 떠먹으려고 숟가락을 드는 아이들을 보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약기운이 돌기는 하는 걸까. 여전히 머리가 지끈거리고 한쪽 머리가 저릿할 정도로 무언가에 맞은 거 같은 느낌이다. 묵직하고 어지럽다.


눈을 감고 있는데 식탁 의자를 빼는 소리와 아이들이 소곤대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스스로 먹어주길 부탁했는데..  자유로운 아이들은 내 마음대로 오늘도 움직여주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엄마 말대로 해주면 좋겠다는 욕심과 한자리에 있기보다 돌아다니는 게 본능인 아이들이 다 그렇지 뭐.


라는 아이들의 본성을 이해하는 마음이 겹쳐 애매한 짜증이 올라와서 눈을 뜨며 말했다.


"밥은 앉아서 먹는 거야. 오늘 엄마 아프니까 도와주면 좋겠어~."


화난 말도, 그렇다고 친절한 말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말투로 아이들에게 타이르듯 이야기했다.


아들은 울상 비슷한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죽 내밀면서 웅얼웅얼 이야기한다.


 "아니~, 엄마 손 잡아줄라고 그랬지~ 엄마가 저번에 내가 손 잡아주면 힘 난다고 했잖아~."


아이쿠. 오늘도 아이의 마음을 놓쳤다.

마음에 여유가 삭제된 엄마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오롯이 보질 못한다.

아이의 말에 미안함이 가득 올라온다.


며칠 전 잠자리 시간에 한 이야기다.

아이들의 작은 손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이 손을 잡고 있으면

엄마는 힘이 난다고.

그래서 힘이 없을 때

엄마는 자고 있는 너희들 손을 잡아본다고.


내가 말하고도 잊어버린 나의 말을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장난꾸러기 아들인 줄만 알았는데 언제 엄마인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마음이 커버린 걸까.


"아 맞아. 엄마가 그랬어~ 엄마는 이솔이가 손 잡아주면 힘나지~ 손 잡아줘~."


화도 친절함도 아니었던 애매한 나의 태도를 거두고 목소리를 밝게 바꿨다.


엄마의 기분이 괜찮을 걸 목소리로 확인한 아들은 재빨리 와서 손을 힘껏 잡아주고 쌩긋 웃으며 밥을 먹으러 달려간다.


이어 딸아이가 말한다.


"나는 손 잡아주고 안아주기까지 하면 엄마가 힘이 더 날 거 같은데~. "


동생과 경쟁하듯 동생보다 하나 추가해서 말하는 딸도 밥을 먹다 말고 웃으면서 와서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 동생은 하지 않은 진한 포옹까지 해주고 동생을 이긴 듯 뿌듯한 얼굴을 하고 식탁으로 돌아간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슴으로 안고 따뜻함을 느꼈다.


엄마가 아파 걱정되는 아이들의 마음이 전해졌다.


감동스러운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순간적으로 나의 편두통의 고통들이 마취된 느낌이다.


몸이 아파 엄마라는 역할과 육아에 대한 회의가 드는 , 아이들이 주는 감동의 쓰나미로 아쉽고 글로 표현될 수 없는 그런 이상한 마음들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이 맛에 육아 하지.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이 준 오늘의 감동

편두통의 고통보다 내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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