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괜찮은데 엄마가 분리불안
드디어 아이들이 온다. 눈물 나게 보고 싶던 내 새끼들이 온다.
처음 혼자 싱가포르에 올 때에는 가족들이 오긴 전까지 집도 구하고, helper도 구하고,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동료들과도 얼굴도 익히면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결혼 후 특히 엄마가 되고 나서 좀처럼 가지기 힘들었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그 점은 참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나는 별로 괜찮지 않았고, 생각보다 혼자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회의를 하고 에너지가 쭈욱 빠져도 아이 둘을 양쪽에 꼭 안고 있으면 충전이 금방 되는데 그럴 수가 없었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대나무 숲이 되어 줄 남편이 옆에 없었고, 가족들이 보고 싶어도 내가 너무 자주 연락하면 아이들이 엄마를 더 보고 싶어 할까봐 전화를 맘껏 할 수가 없었다.
그토록 눈물 나게 보고 싶던 내 가족이 드디어 온다. 가족들을 만나기 전 마지막 2주는 2년처럼 더디게 갔다. 드디어 D-day. 인천공항을 출발하며 찍은 사진이 카톡으로 오니 실감이 난다. 늦은 시간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하고 입국자 전용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이제 드디어 왔구나 싶다. 이제 정말 2주의 격리 기간만 지나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격리 기간이 아이들에게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남편이 긴 시간 testing을 거쳐 아이들이 잘 먹고 격리 시설에서도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야무지게 챙겨 온 데다가, 격리 장소에는 책도 장난감도 없는 것을 고려해 스마트폰 시간제한을 풀어주니 어른도 아이도 모두 행복한 격리 기간을 보냈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가족들이 격리가 끝나는 이산가족 상봉의 날. 나는 당연히 잠을 설쳤고, 아침부터 설렜다. 매일 보던 가족인데도 잘 보이고 싶었는지 화장을 하고 옷을 신경 써서 골랐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의 표정을 상상하면서 예상보다 일찍 격리 장소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엄마!"하고 달려온다. 그래. 맞다! 이거다! 이 느낌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늘 아이들이 "엄마!"하고 달려왔었다. 그러면, 양 팔로 아이들을 한껏 안아주고 그제야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가곤 했었다. 이게 내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우리가 다시 함께 있구나.
요즘 방송하고 있는 <해방타운>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엄마들이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너무도 행복해한다. 그들처럼 나도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실하던 순간이 많았다. 목적지도 없이 운전을 해서 강변북로 양 끝을 오가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지하 주차장에서 한참이나 앉아있다가 집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렇게 난 늘 언제든 내가 필요할 때 들를 수 있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그리던 '나만의 시간과 공간'도 '내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절실하고 중요한 게 아니었음을 너무도 분명히 깨달았다. 혼자 싱가포르에 온 후, 여러 가지 녹록지 않은 상황들로 마음에는 늘 불안함이 있었고 몇 개월이 지나도 정이 잘 붙지 않았었는데, 가족들이 내게로 온 그날부터 거짓말처럼 안정이 찾아왔다.
싱가포르에 온 이후로, 나 스스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은 새로울 게 없지만 생각보다 더, 생각보다 덜 그렇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어떤 때 내가 더 행복하고, 어떤 게 더 중요하고, 어떤 일을 할 때 더 즐거운지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싱가포르에 살면서 얻게 된 그리고 얻게 될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