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onesian helper와 함께 살기

첨엔 어색하지만 곧 괜찮아져요

by 한 번 더 안아주기

나는 복이 없다. 무작위 추첨에 의해 주어지는 경품이나 로또에 당첨될 복은 내 인생에서는 절대 없을 거란 걸 경험적으로 안다. 이제는 그냥 내 것이 아니려니 한다.


나는 복이 있다. 전생에 아주 아주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입주 아주머니 복'. 덕분에 그동안 소중한 인연을 만나 남편과 나 그리고 그분, 이렇게 셋이서 함께 육아라는 긴 터널을 무사히 달려올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귀인이 나타났다. 정말 감사하게도 회사 동료분이 내가 싱가포르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곧 한국으로 귀국 예정인 분, 그리고 그 집에서 일하고 있는 helper를 소개해 주셨다. 기본적인 한국 음식도 만드실 수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덕분에 나는 지금의 helper를 만났고, 처음엔 어색했지만 서로 맞추어 가면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아직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helper 문화의 차이점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 정부의 관리

한국은 helper (출퇴근 혹은 입주 아주머니)에 대한 정부의 관여가 거의 없다. 어떤 경로로 고용이 이루어지고, 급여가 어느 선에서 결정이 되는지는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지거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출산율이 점점 낮아져 문제라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반면, 싱가포르 정부는 helper의 신규 고용(new hire)과 이직(transfer)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한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용주에게는 반드시 2시간가량의 online training을 필수적으로 받도록 해 고용주로서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알려주고, 이직 시 고용인이나 피고용인이 서로에 대한 feedback을 공식적으로 남길 수 있어서 향후 다른 곳에 취업을 하려고 할 때 이 내용이 reference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Helper들의 급여도 어느 정도 range 안에서 조절되고 있는 느낌이다. 싱가포르 물가에 비해, 그리고 한국에서 출퇴근 혹은 입주 아주머니께 지급되는 급여 수준에 비해 싱가포르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한국의 1/3-1/2 수준)으로 helper를 고용할 수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출산과 육아 그리고 여성의 career 지속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2. Helper에 대한 대우

처음에 online training을 통해 고용주로서 꼭 알아야 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 필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사실 감동했었다. 어떻게 이런 부분까지 정부가 신경을 써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싱가포르에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거에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온 helper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시키거나 충분한 음식을 주지 않는 등 그들에게 잘못된 대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online 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 너무나 당연한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집을 둘러보다 보면 부엌 옆에 아주 작은 방과 작은 화장실이 있는데 이곳이 대부분 helper 들의 공간이다.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화장실에는 온수가 나오지 않는 곳도 있다. 이는 그동안 그들이 어떻게 대우받아 왔는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게 한다.


3. Helper 들의 삶

한국에서 가사나 육아를 도와주시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 혹은 중국 국적을 가진다. 그리고, 쉬는 날에는 본인의 집에 가서 충분히 휴식하고 근무일에 돌아온다. 싱가포르의 helper 들은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의 국적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싱가포르에 별도로 그들의 집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쉬는 날에는 시내 공원이나 쇼핑몰 근처에 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쉬는 날이지만 제대로 쉴 곳이 없다는 것은 참 안쓰러운 일이다. 그것도 이 더운 나라에서...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helper는 부모님의 간병, 형제자매의 혼인,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월세 등을 지원하기 위해 본인 월급의 거의 전부를 본국으로 보내고 있는 듯하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스스로의 능력과 힘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는 참 멋진 사람이다. 부디 그녀의 가족들이 그녀의 희생과 노력으로 보내지는 그 돈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태어나 초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내게는 남편 못지않은 육아 동반자들이 있었다. 번번이 고비가 있었지만 같이 노력하고 배려하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내가 직장에서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분들 없이는 불가능했다.


가끔 상상을 한다. 내 아이들이 커서 결혼식을 할 때 맨 앞 줄에 앉아 흐뭇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육아 동반자들의 모습을. 내 아이들도 그분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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