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하나이지만 하늘과 구름은 매 순간 다른 그림을 그려낸다
싱가포르는 매일매일이 여름이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살다가 여름만 있는 나라에 오니 삶이 다소 단조로워진 느낌이다. 한국에서는 9월 정도 서늘해진 아침 공기를 통해 가을이 오는 걸 느꼈고, 11-12월이 되면 이른바 '겨울 냄새'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곤 했는데 이제 그 재미가 없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여름만 있다 보니 옷으로 멋 부리기가 힘들어졌다. 계절에 따라 최애 옷 가게에 가서 옷을 사고, 미용실 원장님 추천 헤어 스타일에 도전해 보는 것이 소소한 재미였는데 이제 그 재미가 사라졌다.
싱가포르엔 거의 매일 비가 내린다. 현지분들은 11-1월이 우기(Rainy Season)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온 내가 보기엔 일 년 내내 우기인 것 같다. 거의 대부분 하루에 1-2시간 정도 비가 왔다가 다시 해가 난다. 처음엔 '비가 참 징글징글하게도 온다.' 싶었는데 이제는 나도 적응이 되었는지 비가 많이 오는 날에 빗소리를 듣는 것이 꽤 좋다.
싱가포르의 기후와 날씨는 생활 방식과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1) 싱가포르에서 집을 알아보다 느낀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장실/욕실 개수가 많고 붙박이장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더운 기후 때문에 더 자주 씻어야 했기에 화장실 개수는 거의 방의 개수만큼이나 있고, 여름옷은 두께가 얇으니 옷장 크기가 작은 거라고 추측해 본다.
2) 싱가포르의 대부분의 콘도에는 수영장이 있다. 대부분 콘도 내부에 수영장이 있어서 일 년 내내 수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에게 가장 큰 benefit이다. 굉장히 엄격하게 코로나를 관리했던 싱가포르 정부도 수영장 사용에는 관대한 편이라 아이들이 lockdown 혹은 semi-lockdown 기간을 버티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3) 싱가포르의 창문(window)은 방음이 잘 되지 않는다. 겨울이 있는 나라들은 방한의 목적을 고려하여 창이 두껍고 이중창이 많이 발달한 반면, 여름만 있는 싱가포르는 추위를 막아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창이 얇은 걸로 나 혼자 결론을 내렸다. 덕분에 밤에 빗소리에 깨는 날이 종종 있지만 나는 1분이면 다시 잘 수 있으니 별로 문제 될 건 없다.
누군가 내게 싱가포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하늘을 이야기할 것 같다. 내게 싱가포르는 '하늘 맛집'이다. 일 년 내내 여름이지만, 매 순간 하늘과 구름이 그려내는 싱가포르의 하늘을 보고 있자면 경이로움 그 자체다. 비가 곧 올 거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라도 하듯 비 오기 전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인다. 그러다가 또 이내 파아란 얼굴을 내보인다. 이렇게 맑고 솔직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