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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짐을 거의 다 버려야 한다

Mission possible 제주도 이사 D- 34

by 말로이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면서 반은 홀가분하고 반은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좁은 평수로 가게 되며 가져가야 할 가구와 폐기해야 할 가구들을 정해야 하거든요.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우리 집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큰 식탁이었습니다.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끼는 마켓비 그릇장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끼는 그릇장이라 버리기는 싫지만, 제주도집에는 도무지 자리가 없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을 품고 친정엄마에게 전화했습니다. 혹시 사용해 주실 수 있으면 사용해 주시길 바랐습니다. 친정엄마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고, 활용하실 수 있다면 사용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몇 번의 통화 끝에 양가로 갈 물건들이 정해졌습니다. 다행히 그릇장 포함입니다. 이사업체가 정해지면 용달을 함께 신청해야겠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용달을 불러서 시댁에 한번, 친정에 한번 들러 가구를 옮길 예정입니다.



다음으로는 폐기할 가구들을 선택했습니다. 소파와 전면 책장을 포함한 책장 3개는 폐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침대 매트리스도요. 소파와 침대 매트리스는 원래 이사를 하면 폐기할 생각이었습니다. 나눔을 할 수 있는 물건들은 아니라서 모두 폐기하기로 합니다. 이불도 폐기물로 처리해야 해서 이사 당일 폐기할 물건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폐기할 물건 : 아이들 책장 3개, 침대 매트리스, 소파, 아이들 책상 2개, 전신거울, 행거, 실내줄넘기매트, 장난감함, 에어프라이어, 이불 등


다음으로 가져갈 물건들을 정리해 봅니다. 책장은 3개만 가져가는데요. 미니 책장은 윗집에 아이가 있어 주기로 합니다. 미니 책장을 둘 자리조차도 없거든요. 제주도에 가면 어른 책을 넣을 회전 책장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간 활용에 회전 책장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빈백에 앉아 책을 읽을 생각에 설렙니다. 그리고 소파이자, 수납장이나, 식탁 의자 역할을 할 쿠션 수납장도 챙겨가야 합니다. 이 가구는 우리 집에 없던 가구지만, 제주도로 배송이 안 되는 가구더라고요. 그래서 부산집으로 미리 주문을 했습니다. 조립할 필요 없는 통가구라 그대로 제주도로 들고 가면 됩니다.



그림1.png 수납과 벤치,의자가 될 가구


옷 정리도 큰 일 중의 하나였습니다. 버릴 옷은 버리고 깨끗한 아이들 옷은 주변 동생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옷은 이사 직전에 한 번 더 정리하겠다고 생각하며 2번 정리했습니다. 사실상 한 계절에 제가 입는 옷은 몇 벌이 채 되지 않습니다. 언젠가 입겠지 하고 넣어둔 옷들이 꽤 오래 옷장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3차에 걸쳐 모두 미련 없이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제가 정리하지 못한 옷을 남편과 함께 정리했습니다. 남편 말로는 제가, " 이 옷은 둘째가 좋아해!" , "이건 첫째가 간절기에 가방에 넣어 다니는 거야" , "이건 기분 낼 때 입는 거" 라며 옷을 계속 챙긴다고 하더라고요. 심플한 남편은 단칼에 필요한 것만 남겼습니다. 3차로 옷을 정리할 때 남편이 아이 바지 길이를 보여주며 "이거 완전 아기옷이다"라고 말하는데 웃음이 빵 터집니다. 아이가 잘 입었지만 짧아짐 옷도 미련을 두고 버리지 못하는 저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삿짐으로 챙길 물건 : 냉장고, 세탁기, 전자피아노, 책장 3개, 틈새 수납장 3개, 책상 2개 , 책상의자 2개, 컴퓨터 본체 2개, 모니터 3개, 프린트, 전자레인지, 일리커피 머신, 그릇, 옷, 각종 생활용품, 이케아 철제 수납장 2개 (생각보다 활용도가 아주 높아요, 집에 있는 약이나 손톱깎이, 줄자와 같은 생활용품들 수납하기에 정말 좋아요. 칸도 많고 수납도 생각보다 많이 됩니다) , 마켓비 철제 수납장 1개 (마켓비수납장은 이케아 수납장보다 조금 아쉬웠어요. 칸이 한 칸 부족한데 천장마감이 조금은 헐겁습니다. 그래도 깔끔하고 비교적 저렴하고 예쁩니다)


제주도로 바로 배송할 물건 : 아이들 벙커 침대, 초등 책상, 책상, 의자



제주도에서 돌아온 날부터는 계속해서 집을 정리했습니다. 75L 비닐봉지를 거실 앞에 세워두고 청소할 부분을 정해서 비워나갔습니다. 날마다 서류, 옷, 아이들 장난감, 주방 등 정리할 부분을 정했습니다. 75L 비닐은 생각보다 빠르게 차더라고요. 물건들이 75L 비닐봉지에 채워질 때마다 이 모든 것을 내가 안고 살았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당근의 재미에 빠진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그동안 옷방에 아이들 전집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당근에 팔까? 다시 꺼내볼까? 고민하던 책이었는데 이사를 해야 하니 팔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정리를 하는 동시에 당근에 아이들 책과 다양한 물건들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판매할 책을 검색했더니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저렴하더라고요. 눈물을 삼키며 비슷한 금액으로 당근에 올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이 제품에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하트가 몇 개씩 생기더라고요. 하트만 생기고 며칠이 지나도 반응이 없자 '끌올'을 이용해 가격을 낮춰서 다시 사람들에게 판매할 제품을 노출했습니다. 그러자 조금씩 채팅이 왔습니다. 그렇게 물건의 가격이 당근페이 혹은 제 계좌로 입금이 되고, 집 앞에 물건을 내놓자 찾아가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이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당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자 집에 팔 물건이 더 없는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표어처럼 '버릴 물건도 다시 보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가장 놀랐던 건 인형 뽑기에서 뽑았던 인형이 팔리는 일과 집 한구석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던 영어 교재 책이 팔린 일이었습니다. 비록 5000원과 10000원의 가격이었지만 버릴 수도 있는 물건이 돈이 되어 나가자 꽤 즐거웠습니다. 계좌 중 하나를 당근 계좌로 바꾸고 판매한 금액을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이 돈을 필요한 가구나 물건들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4 가족이 살 집은 방이 2개입니다. 수납할 공간이 없는 방 2개. 미니멀라이프를 꿈꿔왔는데 이렇게 계기가 만들어지니 꼭 필요한 물건만 두고 정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쉽게 보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미니멀라이프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피할 수 없이 미니멀라이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제주도로 이사하며 의외로 저에게 영향을 많이 준 것은 '물건에 관한 생각'입니다. 과연 이 물건이 필요할까? 이 물건을 이 정도 가격을 주고 소유할 가치가 있었나? 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이 물건이 집에 있었던 시간과 잘 활용한 시간을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우리 가정의 소비가 많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물건에 한 생각은 물건을 구매하면서 알게 되는 것도 아니고, 자의로 버릴 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진짜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될 때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 구매를 할 때 필요해서 물건을 산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요즘 아파트들은 팬트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구축 아파트들 중에 팬트리가 잘 되어있는 집도 많고요. 팬트리가 잡다한 물건을 넣어놓고 집을 깔끔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도 있지만, 필요한 물건을 바로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도 제공합니다. 오히려 이 편리함이 독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사를 위해 집을 정리해야 하는 저에게는 정말 독이 되더라고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청소를 70% 정도 진행한 상황입니다. 어젯밤까지 정리를 했으니까요.


원래 다짐이란 해놓고 지키지 않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우리가 마음에 새긴 모든 다짐을 이어갈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에 가며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다짐은 타의로 1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도저히 물건을 수납할 공간이 없거든요. 그렇게 미니멀라이프가 현실로, 삶으로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길 기대해 보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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