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주도에 가기 전, 부산에서 꼭 해야 할 일

D-1

by 말로이

제주도 이야기는 8월 20일 집을 계약하면서부터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갈 수 있을까? '가고 싶지만,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다.' 였다면 8월 20일부터는 '간다'가 되었거든요. '간다''가고 싶다'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명백히 느끼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집을 구하고 돌아온 날부터는 설렘만큼 현실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잠을 설치기도 했고요. 주택에 살아보는 일이 처음이고, 아주 가끔이지만, 남편이 부산으로 출장 갈 날이 벌써 걱정되었습니다. 운전해야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마음도 저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더라고요. 하게 되면 금방 배운다는 걸 알지만 늘 시작하기 전에 무거운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나 봅니다. 다른 생각을 하자!!라고 마음을 돌리며 이삿짐을 정리하거나 사가야 할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부산에서 해야 할 일은 다름 아닌, 제주도에 가면 하지 못할 일들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친정 부모님과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해 놓고 가는 것입니다. 제주도로 이사를 가지 않았다면 미룰 수 있는 일임에도 한 달 안에 빠르게 해 나갔습니다. 제주도로 이사를 하고 나면, 친정 부모님도 이사를 가십니다. 그날 이사를 도울 수 없어 미리 해놓아야 할 것들도 해놓고 가기로 합니다. 최근 몸이 안 좋아진 시아버님을 위해 부모님들 스마트워치도 착용해 드립니다. 가까이에 없으니 이런 부분이 걱정도 되더라고요. 시어머님이 아직 일을 하고 계셔서, 부산에 있는 동안 일을 며칠 봐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재차 말씀드려서, 겨우 하루를 대신 봐드리는 일도 빼먹지 않습니다. 유치원에서 배운 약밥 만들기로 양가 부모님 냉동실을 채워드리고, 쿠키를 좀 구워 드리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평소에는 잘하지도 않던 딸이자 며느리가, 이사 간다는 핑계로 밀린 효도를 해봅니다.

병원 스케줄도 중요합니다. 건강검진도 미리 하고 갑니다. 친정어머니의 건강검진도 예약해서 내시경은 함께 다녀옵니다. 네 가족 병원 스케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주도 집이 정해지기 전에 혹시나 몰라 남편과 건강검진을 미리 다녀왔습니다. 가끔 허리통증이 있어 운동하는 남편과 그네에서 뒤로 넘어진 이슈가 있는 저도 마취통증의학과에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12,000원 정도 주고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목, 무릎, 허리 등의 엑스레이를 찍어서 현재 몸 상태가 어떤지 말씀을 해주시는데요.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몸이 안 좋아지기 전에 미리 점검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과도 가야 합니다. 사실 제가 가는 제주도 동네에는 치과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치과 검진을 다녀오는 계획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을 보러 가니, 사람이 많지 않은 동네에도 있을 건 다 있더라고요. 제가 좀 오버를 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신 아이들 치과는 꼭 다녀와야 합니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다녔던 치과가 있어서 검진을 위해 다녀오기로 합니다.


또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친구가 많지는 않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가기 전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며 모임이 만들어지다 보니 오전에 짬 내서, 오후에 짬 내서 친구를 만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첫째와 둘째를 통해 맺어진 인연도 만나야 합니다. 상대 스케줄과 내 스케줄을 조율하다 보니 틈틈이 만납니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맞출 수 있는 스케줄은 줄어듭니다. 그렇다 보니 체력에 무리가 올 때도 있습니다. 피곤함을 견디며 짬 내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신이 조금은 웃기기도 합니다. 제주도에 오래 살다 오겠다고 계획한 것도 아닌데 지인들과 인사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엄마들은 자주보지는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서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만나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줌으로 만나자고 청해두었습니다. 이제는 줌으로 만날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해야 할 일만으로도 바쁜데, 스스로 일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사하기 2~3주 전에 아이들과 부산을 떠나는 아쉬움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제주도에 가서 사는 것을 설레고 있지만, 부산을 떠나는 아쉬움도 함께 느끼고 있거든요. 그래서 헤어지기 아쉬운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함께 편지를 쓰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편지지를 사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많은 인원에게 주어야 하니 엽서를 쓰기로 합니다. 예전에 쿠팡에서 디즈니 엽서 100장을 사둔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집에 엽서가 많았습니다. 나들이를 가면 엽서 몇 장씩 사 오는 것이 취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집에 있는 엽서를 이용해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적다 보니 고마운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친구뿐만 아니라 선생님, 방과 후 선생님, 친구의 이모, 2번 할머니, 3번 할머니, 학교 오는 길에 매일 인사드리는 가게 사장님들까지 적다 보니 엽서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로 합니다. 아이들이 몰입해서 적는 동안 선물 고민은 엄마의 몫입니다. 음....... 음........ 커피로 합니다. 커피로 통일합니다. 어른은 더치커피나 커피로 제공하기로 합니다. 제가 아는 분들은 대부분 커피를 즐기십니다. 받는 분도 부담스럽지 않게 준비해 봅니다. 아이들 선물을 쿠팡에 의지해봅니다. 과자는 아쉬워서 검색하다 보니 유치원에서 생일에 많이 주는 양치용 모래시계가 있더라고요. 양치할 때 쓰는 모래시계와 만들어 먹는 쿠루미초코를 선물하기로 합니다. 실로 모순되는 선물이 아닐 수 없으나 초코를 먹고 3분 양치하도록 하는 의미라고 혼자서 생각해봅니다.


제주도에 가기 전에 부산에서 꼭 해야 할 일들이 또 있습니다. 꼭 사야 하는 물건들이 제주도에 배송되는지 체크해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오늘의 집에서 본 가구가 제주도로 배송이 되는지를 체크합니다. 더불어 배송비가 많이 붙는지도 알아보아야 합니다. 제주도에 배송이 안 되는 물건들은 부산으로 미리 배송을 받아서 제주도로 이삿짐과 함께 옮기기로 합니다. 제주도로 가는 이사는 4톤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업체에 전화해서 부피나 조립 여부를 체크해 놓고 미리 배송을 받았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택배비가 20,000원 이상 붙는 곳도 미리 배송했습니다. 자잘한 물품들도 미리 주문해서 철제 수납장에 쏙 넣어두었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생기겠지만 한동안은 있는 물품으로 지낼 수 있을 만큼은 구매해 가도록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몸이 지치는 이유는 이 모든 걸 일상생활을 하며 해야 하더라고요. 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준비물을 챙기며 이사 준비가 더 해지는 것입니다. 블로그, 브런치, 스레드 글쓰기도 병행하면서요. 대신 퀄리티를 높이기보다 막무가내로 써내려 간 글을 업로드하기 바쁩니다. 매일 글쓰기만큼은 놓치지 않고 싶었거든요. [부부대화에 진심입니다]라는 저의 전자책을 제주도 집을 보러 가기 전에 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두 딸의 참관 수업도 이사 전날에 모두 진행이 되어서, 참관수업을 모두 참여하고 이사를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주도에 이사하기 하루 전입니다. 제주도 날씨가 가장 좋을 때라고 합니다. 가장 좋은 날씨를 품은 제주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러나 한가하게 제주도 날씨를 상상하고 있을 틈은 없습니다. 이사 가기 하루 전날도 일정이 빽빽하게 차 있습니다. 첫째 참관수업과 은행 볼일, 전화로 정수기, 용달용량 등을 체크해 보아야 합니다. 귀중품은 캐리어에 싸야 하고요. 소중한 아파트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도 해야 합니다. 냉장고 등도 당연히 최종으로 정리를 하고요. 꼭 간직해야 하지만, 제주도에 가져갈 수 없는 소중한 물건들은 시댁에 잠시 보관을 부탁하기로 합니다. 전날에 마지막으로 짐을 가져다 놓아야겠네요. 이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이삿짐 차를 제주도로 보내고 나면 또다시 가장 좋은 날씨를 품은 제주도를 기대하며 삼천포항으로 향해야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은 제주도에서 만나요!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