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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Sep 07. 2017

백로를 맞는 가을의 아침


나무 농부이신 아버지로부터 절기의 이름들을 노래 가사처럼 자연스럽게  듣고 자란 저에게는 달력을 볼 때 절기가 제일 먼저 들어옵니다. 오늘은 24절기 중에 하나인 백로입니다. 백로는 처서(處暑)와 추분(秋分)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로서, 여름의 습한 무더위가 처서를 기점으로 한풀 꺾이고 추분의 음이 우세해지는 시기, 그 틈에 있는 백로입니다. 더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오려는 그 사이에서 백로라는 이 시기 동안은 아침나절에 이슬이 맺힌다 하여 백로. 白露. 흰 백. 이슬로.

하얀 이슬이라고 한다지요.


위대한 자연변화라는 책을 쓰신 강진춘 님께서는

"... 가을의 찬바람이 하늘에서 불어온다. 천기가 합하여 이슬이 생기고 가을의 음기가 내리면 양기가 압박을 받아 음기와 양기가 서로 사귀어 만나는 때가 이슬이다"라고  하셨어요.


어찌 보면 기온에 변화에 따라 생기는 이슬인데 여름의 더운 온도가 양기이고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을 음기라 하여 그 둘의 만나는 때를 이슬로 표현하신 부분이 참 새롭기만 했어요.


나무 소녀 우경에게 백로는요-더운 여름을 보내고 수확의 가을을 맞이하기 전에 기쁨의 눈물을 나누는 순간이 백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렇게 더웠던 여름을 잘 보내고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기다리는 그 설렘의 눈물이 곱고 고와서 하얀 눈물. 하얀 이슬. 그래서 백로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이죠.


백로의 아침을 맞이하는 가을의 한편에서 내 안의 여름의 화기를 가을바람에 보내려 합니다.


백로의 아침.

하얀 이슬이라 불리는 백로야.

너는 무엇이 그리도 기뻐서

너의 눈에 이슬이 맺혔을까?


더운 여름 무사히 잘 보내고 추석을 앞두며

스스로 잘 이겨냈구나!라는 스스로의 기쁨일까?


여름의 화기를 가을바람에 날려 보내는

아쉬움의 눈물일까?


2017년도 어느덧 9월에 서서

숨 가쁘게 주위를 보지도 않고 달려왔던 나에게

백로 너를 만나서 나를 돌아보려 한다.


올해 나의 농사는 잘 지어졌는지.

올해의 나의 수확물은 무엇인지.

그러면서 가을 거름을 주며

앞으로 올 겨울을 준비하려 한다.


가을에 서서 겨울을 바라보며

또다시 찾아오는 봄을 기다리며

그리고 건강하게 성장하려는 나의 모습을.


백로야. 늘 그래 왔듯이

아무 말하지 않고 지켜보아 주어 고마워.

더 멋진 백로를 맞이하기 위해서

내가 더 잘 할게!


내가 더 건강하게 자랄게.


백로야. 내년에는 더 건강한 모습으로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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