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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Oct 13. 2017

내 마음의 단풍

가을 사랑과 함께

긴 추석 연휴를 마치고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겉옷을 하나씩 하나씩 더 찾아 입는 때이지만, 나무들에게는 단풍이 들고 잎을 하나하나 떨구는 시기가 바로 10월입니다.

나무소녀 우경의 일터 - 내곡동 분재박물관 전경

가을에 나무가 단풍이 드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름에 싱그러운 초록의 물결들이 형형 색깔 고운 빛으로 변하는 이유는 10월 초부터 나무들이 이른 새벽의 차가운 이슬을 맞은 잎사귀가 낮에 따뜻한 햇빛을 받은 온도차로 인하여 색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꽃을 피고 열매를 맺고 할 일을 마친 나무들이, 광합성 담당자인 엽록소가 없어지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카로틴, 안토시아닌 같은 색소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래서 초록빛이 없어지고 뒤에 있던 노란색이 드러나며 마치 댐이 터진 것처럼 샛노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과정이 단풍입니다.

단풍나무 쌍간-분재박물관에서

이러한 변화무쌍한 가을 나무를 보고, 5천 원권 모델이기도 한 율곡 이이 선생님은 8살 때 임진강 상류에 있는 화석정에 걸린 단풍나무에게

“숲 속 정자에 가을이 깊어지니/시인의 시상은 끝이 없구나..”라는 팔세정시를 남기셨구요


이해인 수녀님은 한 장의 붉은 잎으로 인하여/내가 물든 가을 저녁/낡고 정든 신도 벗고/떠나고 싶다/라는 가을 저녁이라는 시를 쓰셨습니다.


이상희 시인은 한껏 멋 부리는 가을나무/어떤 손님이 찾아오길래/알록달록/색동옷으로 갈아입는 걸까…. 라면서 가을이 되면 더 예뻐지는 나무와 하늘이라고 가을이라는 시를 쓰셨습니다.


가을단풍이 주는 아름다운 색의 설렘은 많은 이들에게 마음에 단풍을 들게 하면서 풍부한 시상을 선물로 주는 듯합니다.


가을 시에 관련해서 많은 시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시를 나누고 싶습니다. 가을 바람과 함께 이번 주말에 어디론가 떠나신다면 이 시도 함께 챙겨가 주세요.


가을 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 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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