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소녀 우경의 여름 편 헤어스타일
더운 날이 계속되는 6월 말의 어느 날. 시원한 바람이 더운 기운을 다 날라버릴 듯이 불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찬란한 진한 초록색에 내 몸을 덮을 수 있을듯한 큰 잎을 가진 열대 나무를 보았다. 그리고 그 나무 옆으로는 햇빛에 반사되어 은빛 모래가 반짝이고 있었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느낌을 내 머리에 표현했다. 지난주 월요일 우면동 집 근처에 있는 언니네 미용실에 가서 말이다. 내 언니가 하는 미용실이 아니라 미용실 이름이 언니네 미용실이다. 미용실 실장님은 내 눈빛만 보아도 내가 원하는 바를 바로 표현해 주시는 대단한 마술사이시다.
그래서 2017년도 여름의 스타일이 잡혔다.
한 여름밤의 꿈. 파라다이스.
초록과 파랑이 어우러져서 정말 멋있는 작품이 나왔다고 들떠 있었던 건도 잠시.
내 머리를 본 5살이 된 가비는 머리에다 두 가지 색깔을 한꺼번에 넣었다고 내가 예쁘지 않다며 울기 시작했고, 엄마는 미용실에 폭탄을 투척하겠다면서 화가 단단히 나셨다. 늘 조용히 나를 묵묵히 봐주시던 아빠도 벚꽃 분위기의 분홍색 머리를 할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는데, 이번에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셨다. 분재원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체면이 안 서신 다면서 나에게 머리 색깔을 바꾸거나 모자를 쓰지 않고서는 분재원에 올 수 없다는 출입금지령을 내리셨다.
새로운 헤어스타일로 인하여 가족들에게 위축감을 느낀 나를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
나의 사랑. 내 남편 기욤.
이번에 한 색깔이 매우 독특하다면서 나만의 할 수 있는 색감이라며 매우 예쁘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가족들이 이해할 것이라며 날 위로해 주었다. 여름이 오는 모습을 내 머리를 통해 만날 수 있을 거라며 분재원에 오는 손님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정말 이번 주에 오신 분재원 손님들의 내 머리에 대한 반응은 거의 열성 팬클럽 수준이었다.
“새롭다!”
“ 여름이 온다! “
“시원한 파도가 보인다!”
“ 아름다운 작품 같다!”
오신 분들이 워낙 칭찬을 하셔서인지 부모님의 반감은 조금 누그러지고 아버지도 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라면서 이런 나를 아껴주는 프랑스 남편 기욤에게 고마워하라 하신다.
여보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나를 선택해 주어 고맙고, 여름이 오는 모습을 표현한 내 헤어스타일을 이해해주어 고마워.
올여름 시원하게 건강하게 잘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