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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이야기 #4

Saturday Night's Mistery Club

by NoZam

시간이 흐르고...

저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 하나가 영화를 찍는데, 특수효과, 컴퓨터그래픽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고 한탄을 하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가 마술 무대에서 사용하던 기법을 사용하면 될 것 같아서 조안을 해주었죠. 그리고 그 영화를 통해서 저는 영화 마술감독, 특수 장비 제작자가 되었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금년 겨울에 개봉하는 “마술사”라는 영화요.

그 영화는 주연 배우가 보여주는 마술부터 중간 중간에 들어가는 특수효과까지 모두 제가 담당을 했습니다.

어쩌면 스마트폰이 문제였겠네요.

현장에서 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고, 어지간한 일은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하게 되니까요.

계약에 관한 서류들, 영화 시나리오, 영화에서 선보이는 마술들...

심지어 이번에 새로 시작한 사업에 관한 문서들 특허서류까지 모두 스마트폰에 보관하고 있었거든요. 주위에서 “넌 도대체 스마트폰 없으면 어떻게 일 할래?”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후우...

그 영화를 만들면서 조연 역할을 하는 여배우와 개인적으로 친해졌습니다.

영화판 자체가 힘든 일이다 보니 서로서로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게다가 마술 영화에서 마술감독을 하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그 여배우와 잠자리를 함께 하게 되고, 그러면서 제 스마트폰에는 꽤 많은 분량의 은밀한 사진까지 담기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전, 제게 문자가 한 통 들어왔습니다.

제 스마트폰을 해킹했으니 돈을 달라는 거였죠. 처음엔 누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뉴스에서나 보는 스마트폰 해킹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사실이었습니다.

잠시 후 제 폰에는 해커라는 사람이 보내는 메시지가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제가 암호를 걸어서 잠가둔 문서까지 열어서 캡처한 이미지들이었습니다. 그 여배우와의 은밀한 사진은 말할 것도 없었죠. 아마 해커도 이 사진들 때문에 제가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할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해커의 요구사항은 간단했습니다. 돈을 달라는 거였죠.

무턱대고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할 수도 업었습니다. 며칠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해커가 달라는 돈을 보내주고 말았어요.

그런데 요구는 그렇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더라고요.

지난 한 달 동안 해커가 요구하는 돈의 액수는 계속 늘어만 갔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여배우에게도 사실을 이야기했는데, 당연히 난리가 났죠.

한 달 만에 저는 지금 파산 상태입니다.


음...

사실 저는 마술사K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가족들의 생계마저 위협을 받을 정도로 말이죠.

그러다가 의욕적으로 다시 시작한 일이 영화 마술감독이었어요.

그러는 중에 알게 된 몇 몇 사업가들이 도와준다고 해서 마술관련 유통사업도 준비하고 있었고...

준비하고 있던 사업은 아이디어가 중요한 분야라 외부로 유출되면 절대 안 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일주일 전, 제가 준비하던 것과 100% 똑같은 제품이 출시예정이라는 기사가 떴습니다. 사실 이 제품은 제가 우연히 알게 된 내용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절대 동일한 제품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비슷한 제품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베낀 듯 똑같은 제품은 나올 수 없는 거죠. 그런데 제품 패키지를 뺀 내용물은 제가 준비하던 것 그대로였습니다.

해커가 빼낸 정보로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제 사업 파트너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제가 돈을 받고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어요.

해킹을 당했다고 말을 하고 메시지 받은 것과 돈 입금한 것까지 모두 보여주었는데...

제가 보낸 돈이 의심된다는 겁니다. 어디에서 돈이 나서 보냈느냐고...


어제, 사업 파트너에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를 법원에 고소했으니 조만간 연락이 갈 거라고 말이죠.

생각해보면 제 인생은 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겠지... 하는 희망고문, 하지만 늘 문턱에서 꺾이는 좌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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