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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이야기 #5

Saturday Night's Mistery Club

by NoZam

사실 한 달 전만 해도 저는 큰 희망에 들떠 있었습니다.

사십 년 세월을 마술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유명한 마술사가 될 수 있었던 순간에 사고가 나고, 친구가 죽고...

이제 겨우 다시 자릴 잡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말도 안 되게 해킹이라는 게 제 발목을 잡네요.


저 때문에 여배우는 불륜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됐고, 사실 그 때문에 영화 개봉을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단지 배우의 일탈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제작 현장에서 만나서 발전한 사이이기 때문에 영화판이 불륜을 조장하는 거냐는 비난을 듣게 되어 버려서...


지금 절 고소한 쪽도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제 아이디어 하나만 보고 투자한 금액이 엄청나거든요. 제조시설까지 갖추고 특허 출원을 앞두고 서류 작업 다 끝낸 상태에서 제가 영화 일이 바쁘니 일단 이것 끝난 뒤에 바로 출원하자고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게다가 상황이 이러니 저를 믿고 마술 관련 유통을 함께 하기로 했던 쪽에서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를 받았죠.


사실 지금도 제 스마트폰에는 계속 메시지가 쌓이고 있습니다. 해커는 여전히 제게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사이버 수사대에서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못 잡아요.”

그럼 지금처럼 피해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는 거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하네요. 너무 쉽게 말하더군요. 절대 못 잡는다고... 그냥 사건 접수만 하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요.

사이버 수사대에서 사건 접수하고 있는 와중에도 메시지는 계속 들어왔습니다. 그 걸 보여주는데도 그러더라고요. 못 잡는다고...


제가 어릴 적 마술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어쩌면 꿈을 꾸면서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마술은 눈속임입니다. 그 눈속임을 위해서 끊임없이 연습하고 새롭게 개발을 하는 거죠. 그런데 마술을 하면서 저는 늘 이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완벽한 마술을 만들고 싶다. 그런 게 뭐가 있을까? 어떤 마술이 가장 완벽할까...


제가 들었던 전설 같은 마술사 부부 이야기가 있습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함께 마술 공연을 하는 부부가 있었답니다. 이 부부가 하루는 대판 싸웠답니다. 부인이 바람을 피운다고 남편이 의심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부부싸움 때문에 경찰까지 출동을 할 정도였다고 하니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마술공연이 시작됐죠. 공연장에 경찰까지 입회했다고 하더군요.

마지막 마술은 무대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마술입니다. 제가 사고로 제 친구를 보낸 바로 그 마술 말입니다.

남편은 무대에서 부인이 사라지게 만들고 나서 공연을 끝냈는데, 정말로 부인이 사라진 겁니다. 남편은 바람난 아내가 몰래 도망을 갔다고 했고, 부인의 지인들은 남편이 몰래 부인을 살해해서 숨겨둔 거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대대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지만 결국 사건은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시체가 발견되면 살인사건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실종사건이 된다고 하죠?

이 사건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실종사건이라고 합니다. 그 날 이후 누구도 그 부인을 본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군대 있을 때입니다.

물론 무대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건 쉬운 일입니다. 전혀 어렵지 않죠.

하지만 완벽하게 사라지는 건 불가능하죠. 죽어도 시체가 있을 것이고, 사라진다고 한들 언젠가는 발견될 테니까요.


요즘 조희팔 사건이 다시 떠들썩하더군요.

장례까지 치렀다는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이야기가 떠 돌더니 결국 살아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모양입니다. 목격자도 많았고요. 결국 그의 오른팔도 잡혔다고 하니 조만간 이 사건도 끝날 모양입니다.


이렇게 사람이 사라지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어디선가 발견되기 마련이고, 꼬리가 밟히기 마련이거든요.


저는 평생 마술만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마술사 K는 땅에 묻었지만, 마술을 하는 저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완벽하게 사라지는 마술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제 마술 인생의 마지막 마술을 이걸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완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사라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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