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ight's Mistery Club
가끔 제게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술은 진짜인가요?”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네. 마술은 진짜입니다. 왜냐하면 원래 그렇게 하는 게 마술이거든요.”
그럼 또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초능력이나 마법은요?”
그 질문도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
지금까지 초능력이나 염력, 마법으로 소개된 그 어떤 것도 사실은 마술을 변용한 것일 뿐이니까요.
이제 저는 제 인생 마지막 마술을 할 겁니다.
이게 마술인지, 마법인지, 아니면 초능력이나 염력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저는 제가 생각하는 마술을 할 것이고 그 뒤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잘 보세요.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저는 사라집니다.
여러분은 저를 기억하지도 못 할 겁니다.
여러분은 제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거고...
저, 마술사 K는 이렇게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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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손놀림이 멈추었다.
테이블 위에는 이야기와 함께 그의 손 위에서 쉴 새 없이 나타나고 사라졌던 카드, 구슬, 수건, 장미... 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P는 주위를 둘러보며 싱긋 웃었다.
검고 두툼한 벨벳 천으로 만든 큼직한 자루에 테이블 위의 온갖 잡동사니들을 쓸어 담았다.
“원래 마술사는 이렇게 마술의 흔적을 모두 가지고 갑니다. 마술이 끝나면 마술사는 무대를 없애죠.”
P는 제법 묵직해진 자루를 테이블 위에 올리며 말했다.
“이 자루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요?"
H가 말했다.
“조금 전에 다 쓸어 담았잖아요. 카드에 수건에 장미에...”
P는 엄지손가락으로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이 자루는 비었습니다.”
P가 보여주는 자루는 어느새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저는...”
P는 자루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테이블 위에서 자루가 P의 몸을 감추었다.
“모두... 안녕히... 마술사 K는 없습니다.”
P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잠시 후, 벨벳 자루는 테이블 아래로 툭 떨어졌다.
모두의 눈앞에서 P는 제 모습을 감추었다.
W가 입을 열었다.
“음... 원래 오늘 누가 이야기하기로 했었죠?”
H가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몇 시간째 뭐야? 아 졸려.”
H는 오른손에 놓인 스페이드 K 카드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