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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Jul 01. 2017

숨은 밤 - 김유진

김유진 문학동네

숨은 밤

책을 선택하게 되는 기준은 참 다양하다. 주변에서 누군가 읽고 있는 책의 표지를 보고 궁금해서 주문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해서 사게 된 책이 최근 읽기 시작한 “축의 시대”이다.

서점에서 무심코 집어 든 책이 마음에 들어서 사게 되기도 한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그렇게 구입했다.

나는 가끔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신간을 소개하는 걸 듣다가 책을 사기도 한다. “7년의 밤”이 그랬고, “가격 파괴의 저주”가 그랬다.

그리고 그렇게 방송에서 소개하는 책은 대체로 평균 이상은 하는 것 같다. 소설은 대체로 읽기 쉽고 재미있었고, 에세이나 경제, 정치류의 책은 책을 읽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책, 숨은 밤 역시 라디오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듣고 구입했다. 밤늦은 시간, 야간 강의를 끝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부드럽게 속삭이며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는 저자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 책의 제목 “숨은 밤”은 말 그대로 어두움 뒤에 숨어있는 밤이라는 의미이다.

저자는 이 책의 원래 제목을 “모닥불 뒤에 숨은 밤”이라고 지으려 했다던가?

저자가 들려주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나에게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다음 날, 나는 알라딘에서 이 책과 함께 다른 책 몇 권을 함께 주문하고 있었다.


펼쳐 들었다.

읽는 내내 고민을 했다.

나는 내가 이토록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달리는지 정말 몰랐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 책은 도대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난해하다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불교 경전인 반야심경을 읽었을 때보다 더 막막했다.

생각해보니까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일 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열 권으로 된 백과사전 전집을 읽었었다. 그 당시 읽었던 백과사전보다 이 책을 이해하기가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슬프다는 느낌도 들었다.


책을 책장에 꼽았다가 이틀 만에 다시 빼들었다.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무엇을 고민했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처음보다 더 오래 걸려서 한 번을 더 읽었다.

음...

모르겠다.


이 책을 다시 책장에서 빼든 것은 두 번째 읽은 지 열흘 정도 지나서였 다.

아무래도 이대로 넘기는 게 싫었다. 세 번쯤 읽으면 뭔가 알아낼 수 있겠지.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그냥 읽어 내려갔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막 읽어나갔다.

그렇게 막 읽어서 그런지 빨리 끝났다. 불과 두어 시간 만에 다 읽었다.

그리고 다시 첫 장을 펼쳤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왜 아침마다 눈에 돌 눈물이 맺혀서 딱딱하게 굳는지...

도대체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게 네 번을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책, 숨은 밤을 포기했다.

그리고...

책은 읽는다고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처음 배웠다.

그리고 책과 독자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책, 숨은 밤은 나와는 지독할 정도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이 책의 작가를 만나게 되면...

꼭 묻고 싶다.

"네 번을 읽고도 이해할 수 없는,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도대체 뭡니까?"


사랑의 전조?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사라지는 감정?

그런 것들이 이 책, 숨은 밤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꼭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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