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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Jul 13. 2020

'섬 799 805' 독도와 울릉도의 재미있는 이야기

노랑잠수함의 북리뷰

무명강사 블로그 : http://zurl.io/lecture

무명강사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mlecture


이 책은 독도, 울릉도에 관한 역사소설이다.


우선 작가 이수광은 어떤 사람인지 작가소개를 보니...

전문 작가, 또는 소설가는 아닌 모양이다.

경영학 박사, 회계사, 대학교수이며 독도에 관련된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이다.

작가 소개가 조금 특이하게 이력서처럼 경력을 주욱 나열하고 있어서 당황스럽기는 하다.


간단한 줄거리.

2012년 여름에 있었던 일본 우익에 의한 서울 시내 소녀상 테러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도연맹 총재인 이상백은 출근길에 뉴스로 사건을 접하고 분노한다. 출근하는 그에게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려고 몰려들지만, 그는 799805라는 수수께끼같은 숫자를 던지고 인터뷰를 거절한다.

이 숫자는... 독도의 우편번호였다. 지금의 바뀐 우편번호는 40240이다.


이 부분을 보고 조금 이상하다 생각을 했다.

금년 3월에 출간된 책인데 왜 예전 우편번호를 책 제목으로 삼았을까? 프롤로그의 이야기 때문에 바꾸지 못한 걸까?


리뷰를 준비하며 찾아보니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건 꽤 오래전이다.

최초 출간은 2012년 8월이고, 2013년 12월 개정판이 다리미디어에서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키네마인에서 표지 디자인을 바꾸고 다시 출간된 것이다.

책 출간 안내에는 “개정 초판”이라 표시되어 있다.


이야기는 19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쌍둥이 박일수, 광수 형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형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고, 동생은 공부를 한다. 현실주의적인 형과 이상주의 동생은 갈등을 겪게 된다.

형은 가지잡이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독도로 향하지만, 이는 울릉도에서 벌목꾼을 충당하기 위한 유언비어였고, 이에 속은 형은 울릉도에서 벌목꾼으로 일하다 일본인과 그 수하들로 이루어진 관리원들의 비리에 대항하다 죽는다.

동생은 형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고 복수를 계획한다.

위험에 빠지는 순간 나타난 해군 퇴역 군인 출신의 거부를 만나 그 집안의 양자로, 일본인 행세를 하며 다시 울릉도에 나타나 점점 지역 경제권을 틀어쥐게 되고, 그러는 과정에서 형의 죽음과 관련된 인문들을 제거한다.

박광수는 울릉도의 경제권을 틀어쥐게 되었지만 나라는 본격적으로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버린다. 그러는 과정에서 부침을 겪던 그는 결국 바다에서 일본에 대항하는 그만의 전투를 치르고 사망한다. 남은 사람들은 그의 유지를 받들어 사업체를 충실히 운영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부분들이 좀 있었다.

우선 주인공을 가로막는 위험한 상황, 곤경에 빠진 상황에서는 언제나 항상 그를 구원하는 구원자가 턱! 하고 나타난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용어가 있다.

라틴어 ‘Deus ex machina’는 ‘신의 기계적 출현’을 의미한다.

이것은 극의 사건 진행 과정에서 도저히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뒤틀어지고 비꼬인 문제가 파국(catastrophe) 직전 무대의 꼭대기에서 기계 장치를 타고 무대 바닥에 내려온 신의 대명(大命)에 의해 해결되는 기법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용어가 생각났다.

4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인데 이런 부분을 조금만 잘 다듬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이야기의 시작과 마무리에 있다.

2012년, 일본 우익에 의한 소녀상 테러 사건이 발생하는 걸로 책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마지막에는 독도연맹 총재인 이상백의 회상이나 언론 인터뷰로 마침표를 찍는 게 자연스러운 결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이 책에서는 사실 이 프롤로그가 이야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작가는 자신이 이 소설을 쓴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 프롤로그를 넣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마무리도 그렇게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린 드라마가 한 편 있다.

2018년 tvn에서 방영했던 미스터션샤인이다.

미스터션샤인은 대한제국의 중심부에서 식민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면, 이 책은 저 멀리 바다 건너 울릉도와 독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닷가 어업, 울릉도 벌목을 비롯해서 꽤 멋진 그림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면서도 이 책을 리뷰까지 하는 이유는...

우선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소설의 가장 큰 덕목은 재미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들 읽기 어렵고 책장 넘기기 힘들다면 그건 좋은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재미라는 첫 번째 관문은 잘 넘은 셈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가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담고 있고, 그 시절 울릉도의 삶에 대해서도 많이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지는 우리가 흔히 독도강치라고 알고 있는 바닷사자가 맞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지? 강치 아닌가?”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당시에는 주로 가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 책의 표지 디자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사실 이 책을 받아들고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 난 이 책이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느낌으로는 울릉도 독도에 관한 컬러 화보집이거나 사진이 많이 들어간 학술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표지 디자인을 보면 무척 공을 들인 건 알겠는데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일반적인 소설책의 표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너무 많은 공을 들였는데 살짝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이야기의 전개가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게,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 해양 소설이다. 나중에라도 드라마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https://youtu.be/3-YE9kVxM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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