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Zam Mar 08. 2021

상상력의 끝판왕!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책들의도시"

노랑잠수함의 황당한 북리뷰

꿈꾸는 책들의 도시  | 세계문학의 천재들 2  

발터 뫼어스 (지은이),두행숙 (옮긴이)들녘2014-08-04원제 : Die Stadt der Tra"umenden Bu"cher (2004년)


 전에 소개했던 “모스크바의 신사”를 선택한 이유가 표지와 제목 때문이라고 말한 적 있다.

 그처럼 책을 선택하는 이유가 때로는 어이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딱 하나, 제목 때문이었다.


 내가 처음 이 책을 발견한 곳은 연신내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이었다.

 판타지 소설이 모여 있는 책장 한 구석에서 이 책을 봤다.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당시에는 그냥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 년쯤 지나서 인천 계산동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또 이 책을 보게 됐다. 그 땐 뭐가 됐든 두어권 살 마음을 먹었었고, 그렇게 집어든 몇 권의 책 중에 하나가 이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였다.


 다시 일 년쯤 지난 어제, 난 이 책을 다 읽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봐도 대충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읽기 위해 표지를 넘기면서 큼직하게 한 페이지를 가득채운 공룡의 그림을 보며 “아! 책 잘못 골랐구나.”싶었다. 그 그림 아래에는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라고 적혀 있었다.

 720페이지에 달하는 황당한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예비 작가 공룡 미텐메츠의 초상화였다.


 러시아, 독일 작품의 등장인물은 이름이 어려워서 책을 읽다보면 이 사람이 누군지 다시 앞 장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는데, 이 책은 일부러 등장인물의 이름을 더 어렵게 만든 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어떤 느낌을 받는 제목일까?


 난 뭔가 환상적이고 기분 좋은 상상의 세계, 또는 뭔가 기이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엄청난 크기의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예상은 잘 들어맞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정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공룡이고, 우리와 같은 인간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으며 이들이 사는 세상은 차모니아라는 이름의 상상의 세계다.


 그곳에서는 책이야 말로 모든 것의 원초적이고 궁극적인 요소가 된다.

 경제는 책을 사고팔면서 벌어지며 귀한 책을 사냥하기 위해 지하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책 사냥꾼이라는 직업이 존재하고, 도시는 책 매매를 통해 경제가 돌아간다.


 심지어 지하세계에서는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책이 있고, 오래된 책을 자르고 붙여 새로운 생명을 만들기도 하고, 좋은 글은 살아 움직이기도 한다. 책을 읽는 것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종족도 있다.

 그런 세상에서도 권모술수가 난무한다.


 주인공 미텐메츠는 궁극의 원고를 집필한 작가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70살쯤 되는 나이 어린 예비작가 공룡이다.


 그가 만나고자 하는 작가를 찾는 과정에서 겪는 모험을 스스로 회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작가 발터 뫼르스는 이 책 외에도 같은 세계관을 기반으로 몇 권의 책을 더 발표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마치 누군가에게 전해 받은 다른 언어로 된 책을 번역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책 마지막에 일종의 “작가의 말”쯤 되는 “발터 뫼르스가 독자에게 붙이는 말”이라는 제목이 붙은 짧은 장이 있다.

 이렇게 시작한다.

 “필자가 차모니아의 소설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의 작품들 가운데 처음으로 ”엔젤과 크레테“를 독일어로 번역한 후에, 그의 작품들 가운데 어떤 것을 다음번에 번역하겠느냐는 질문을 되풀이해 받았다.”


 상상의 세계를 만들고 나름의 세계관을 수립하고 그걸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꾸준히 몇 편 발표한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엘프, 난장이, 드래곤이 등장하고 전쟁이 벌어지는 영웅담을 담은 판타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판타지 중에 가장 독특하고 개성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발터 뫼르스가 번역한 미텐메츠의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https://youtu.be/ItD_NwnYTmw

매거진의 이전글 강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는 오상익 "강연의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