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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Apr 01. 2021

"적성에 맞는 직업 찾기"

무명 강사생존기 시즌2

"적성에 맞는 직업 찾기" 무명 강사 생존기 시즌2 - 무명 강사 노랑잠수함의 "강사라는 직업 2"


적성에 맞는 직업 찾기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의미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십 년, 이십 년 후의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


 내 아버지께서는 평생 제조업체를 운영하셨다.

 가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는데,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공장에서 일하는 직공을 뽑을 때 그들이 원하는 건 삼시세끼 꼬박꼬박 먹여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월급은 다른 세상 이야기였고, 단지 밥 세끼 먹여주고 재워주는 걸로도 충분했던 시절이라고 하셨다. 명절 때, 고기라도 사서 들려주고 차비며 용돈 챙겨서 집에 다녀오게 하면 그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인사를 듣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아버지께서는 직공들에게 다만 얼마라도 쥐어주고 싶어서 일일이 통장을 만들어서 매달 월급날을 정해 통장에 입금해주었는데, 나중에 퇴직할 때 건네주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마워했다고 한다.

 직업 안정성이니 사회복지니 하는 것들이 없던 시절, 우리 윗세대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고, 그 시절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다닐만한 직장이었다는 말이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도대체 말도 되지 않지만 그런 세상이었기에 전태일 열사가 있었고, 노동자 운동이 있었으며 그렇게 세상이 변한 것이리라.


 앞서 소개했던 것처럼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16,891가지의 직업이 있다. 사실은 이 숫자가 공식적인 숫자이기는 하지만, 이에 포함되지 못한 직업이 더 많을 것이다.


 이 많은 직업 중에 딱 하나를 골라서 자신의 삶을 얹어야 한다. 그게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이고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하며 살거나,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한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고도 불과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찾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왜 그런 걸까?

 누군가는 간절하게 원하는 직장에 자리를 잡았는데,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를 포기하는 이유는 뭘까?

 적성에 맞지 않아서, 직장 문화가 힘들어서, 업무가 힘들어서... 또는 다른 좋은 기회가 생겨서라는 이유도 있을 수 있겠다.


 2000년대 중반이니 꽤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당시 뉴스 하나가 기억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이 어느 지방에서 모집하는 환경미화원, 즉 쓰레기 청소부를 모집하는 데 지원했다는 내용이었다.

 힘들다는 체력 시험도 통과하고 첫 출근하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는데, 당시 기사의 논조는 이랬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눈높이를 낮춰서 도전한 결과 이 여성은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과연 그 여성은 자신의 천직을 찾았다는 기쁨과 만족을 느꼈을까?

 그 직업을 선택하는 데 그녀의 대학 전공은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

 지금도 그 여성은 그 일을 하고 있을까?


 이 장의 제목인 “적성에 맞는 직업 찾기”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다.

 네이버, 구글의 결과를 보니 대부분 직업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한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직업상담, 취업 인적성 검사, 성격검사...


 이 모든 것들은 “보다 현명하게 나에게 맞는 직업 찾기”라는 명제를 위한 내용들이다.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렇게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강사라는 직업은 어떨까?

 별다른 설문조사 결과가 없으니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토록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사”를 희망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일 것이다.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강의를 하기 위한 주제, 즉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결정되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에서 특정 교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예외로 하고 일반적인 강사, 즉 사회교육, 직장교육 등을 담당하는 강사의 경우를 보자면 그렇다.


 강사라는 직업은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강의할 수 있는 콘텐츠와 강의 능력이 그것이다.

 따라서 사회 경험이 없는 초년생이 강사로 활동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강사로 활동하는 이들을 보면 대부분 콘텐츠가 마련된 이후 스스로 원하든, 주변의 상황에 따라서든 강의로 업무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일정 기간의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 나만의 재능이나 취미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 특정 기술이나 자격증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특정 사상이나 신념, 인문학과 철학 등의 분야에서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강단에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남들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노하우를 갖고 있어서 강의를 선택했는데, 강의 능력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오래전, 내 바로 앞 순서에서 “성공사례”를 한 시간 동안 담당하기로 했던 “성공한 사업가”께서 30분도 시간을 못 채우고 도망치듯 끝내버리는 바람에 그다음 순서인 내가 무척 고생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분은 성공한 사업가 일지는 몰라도 준비되지 않은 함량 미달의 강사였음이 분명하다. 그 뒤로 그분이 강의를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던 걸 보면 아마 그 날의 경험이 그분으로 하여금 다시 강단에 서지 못하게 하는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 같다.


 강사가 되려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엄청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무척이나 부러운 그 경험과 노하우를 알차게 가꿔서 강의로 녹여낸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따져봐야 할 것이 바로 “강의가 적성에 맞느냐?”다.

 아무리 멋진 콘텐츠를 갖고 있어도, “대중 앞에서 말하기”와 같은 강사로서의 일반적인 자질이 부족하거나 강의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안타깝지만 강사로 자리잡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콘텐츠만 아까운 상황이 되는 셈이다.


 한 번쯤은 강사라는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검사도 해보고, 강사의 기본적인 자질을 훈련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성공적인 강사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까?

https://youtu.be/5ijfPUlKK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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