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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May 20. 2021

안정적인 직업의 조건과 강사라는 직업

무명 강사생존기 시즌 2

 * 안정적인 직업


 어린 시절, 적어도 한 번은 듣는 질문이 있다. 아니, 수도 없이 들어서 그런 질문을 왜 들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마음도 들지 않는 그런 질문이 있다.

 “넌 장래희망이 뭐야?”

 “커서 뭐가 될래?”


 언젠가 TV에서 예쁜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을 봤다.

 “가장 듣기 싫은 게 바로 ‘넌 꿈이 뭐야?’라는 질문입니다. 저는 장래 희망 같은 거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뭐가 되고 싶다거나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러면 안 된대요. 저 정말 잘못된 건가요?”

 학생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듣고 있던 진행자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런 거 없어도 돼요. 꿈같은 거 없어도 됩니다. 조금 더 고민해도 되고,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괜찮아요.”


 나 역시 어릴 적에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대해 가장 모범적인 대답은 이런 거였다.

 “대통령이요.”, “과학자요.”, “군인이요.”...


 초등학교 시절 내 꿈은 무당이었다. 몇 번 이 걸 이야기했다가 된통 혼나고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고 나서 절대 입 밖으로 내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뒤로 나는 줄곧 “여고 국어 선생님”이 장래 희망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왜 하필 “여고”인지, 많고 많은 과목 중에 왜 콕 집어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묻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난 “그냥요. 그냥 여고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었다. 그럼 또 듣는 말은 이런 거다. “야! 무슨 꿈이 그냥이냐? 그냥이 어딨어? 생각이 모자라네!”


 요즘은 어린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무례하고 폭력적이라는 말을 한다.

 아마도 예전에 “넌 꿈이 뭐니?”라고 물었던 건 먹고살기 힘들고 퍽퍽했던 시절의 사회상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당장의 현실이 힘든데, 어린아이들을 보면, 그들도 커서 이렇게 지난한 어려움을 살아야 한다는 게 안타까우니 꿈이라도 거창하게 꾸길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큰 꿈을 갖고 살다가 그 꿈의 반만이라도 이루면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학 진학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대학에 왜 가는지 따져보면 결국 사회생활, 직업,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된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사회에 뛰어드는 사람도 따지고 보면 먹고사는 문제가 쉽지 않기 때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들여야 하는 돈, 대학생활에 들어가는 돈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니 말이다.


 세상에 나 홀로 고립되어 살 수는 없으니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돈 벌어서 밥 먹고 사는 일일 수밖에 없다.

 앞서 소개한 “2020 한국 직업사전”에 등재된 16,891개의 직업은 먹고살기 위한 방법이 몇 가지나 되는지 소개하는 내용이다.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몇 가지나 될까?

 안정적인 소득? 자기 계발?, 예상되는 근속연수?, 사회적 기여도?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아마도 “안정적”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직업의 안정도는 쉽게 밀려나지 않고 원할 때까지 근무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고, 안정적인 소득은 일을 해서 버는 돈으로 가정을 꾸리고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지 않으며 미래의 삶을 위한 방어막이 되어 줄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적성에 맞는지, 보람을 느끼는지... 이런 부분 역시 빠질 수 없을 것인데, 이것 역시 넓게 보자면 오래 일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항목일 것이다.


 결국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건 “일의 난이도가 적절하고, 일 하는 데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며, 벌어들이는 수익이 삶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 적절한 수준 이상이고, 미래의 적절한 시점까지 퇴사의 압박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가?” 정도가 되겠다.


 문제는 현실이다.

 2020년, 코로나 19가 세상을 뒤덮고 난 뒤로 사회안정망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취업 시장은 언제부터인지 기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했는지와 상관없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노량진으로 몰려가고 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경우는 시작부터 남다른 출발이라고 부러워한다.


 언젠가 “한국은 공무원을 희망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기형적이다”라는 내용의 영상을 본 적 있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이 공무원을 선호하고, 그런 한국 사회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내용이었다.


 그에 달린 의견 중에는 “그런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던 걸로 기억한다.


 직업의 안정성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강사라는 직업은 어떨까?

 직업을 선택하는 무척 중요한 기준인 이 “안정성”을 놓고 봤을 때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만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정말로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초, 중, 고등학교 선생님이 아닌 이상 안정적인 직업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쾌하고 “예!”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년이 보장되지도 않고, 수익이 안정적일 수도 없다.


 다시 말하자면, 강사라는 직업은 요람같이 편안한 직업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강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되는 걸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다시 한번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간이다.


https://youtu.be/J2yba1C5g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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