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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Jun 14. 2021

전업강사가 되어야 할까요?

노랑잠수함의무명 강사생존기 시즌2

 * 전업강사가 되어야 할까요?


 우연한 기회에 특강 또는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치자.

 직장인이라면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강연을 의뢰받을 수도 있고, 평소에 취미 삼아 하던 무언가가 반응이 좋아서 강의를 해줄 수 있느냐고 연락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수락을 하고 나면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원고를 만들고 연습을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강단에 서서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쯤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면 이마에 겨드랑이에 땀으로 축축하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끝을 내게 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면? 분명 다음 강의 요청이 들어올 수 있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본업보다 더 나은 수입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그 시간들이 쌓이면서 나도 몰랐던 나만의 강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주로 퇴근 이후 저녁 시간을 이용하거나 주말에 틈틈이 강의를 했는데, 불러주는 곳이 많다 보면 그렇게 시간을 쪼개서 강의하는 것만으로는 몰려드는 강의 요청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쯤 되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퇴사를 할까? 그래서 아예 전업강사로 나서 볼까?

 지금 들어오는 강의 수입을 놓고 계산해보면 분명 지금 받는 월급보다 나을 것 같은데?

 전업강사로 생활비도 벌고, 여유로운 시간을 활용해서 강의 역량도 키우고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전업강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럴 때는 무엇을 따져 봐야 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


 내 경우, 처음 강의를 할 당시에는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용어가 워낙 희귀하기도 했고, 그만큼 수요도 공급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수요와 공급이 거의 없다는 건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찾는 건 고사하고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어딘가에서는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가르칠 사람을 필요로 했다.


 나는 정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의를 하게 됐고, 그럼에도 당시 규모가 크고 많은 투자를 한 전문 학원에서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새벽반을 시작으로 오전, 오후, 저녁반까지 하루를 꽉 채워 강의를 했었는데, 내가 하겠다고만 하면 주말까지 빈틈없이 강의 일정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강의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너무 강의만 하다 보니 실무 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과감하게 강의를 그만두고 직장 생활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말을 이용해서 강의를 병행하기도 했고,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 나는 다시 전업강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전업강사가 된다는 것은 강사를 직업으로 선택해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업강사가 일반적인 직장인과 다른 점은 홀로 모든 것을 다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학원처럼 강사는 강의만 책임지고 다른 모든 업무는 전담부서에서 해결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강사라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장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보통 전업강사라고 한다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강의라는 형식으로 판매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강의 섭외나 강사료 협상, 강의 일정 조율까지 알아서 해야 하는 개인사업자에 가깝다.


 그렇다면 전업강사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 또 포기해야 하는 건 뭐가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전업강사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강의 콘텐츠다. 지금 인기 있는 강의 콘텐츠가 있어서 강의 요청이 밀려들어온다? 이게 얼마나 갈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지금 당장은 몸이 열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해도 그 인기가 내일 당장 식어버리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전업강사가 되려면 지금 하고 있는 강의 콘텐츠 말고, 또 다른 강의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이게 지금 하고 있는 강의 콘텐츠의 확장이나 연결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주제의 콘텐츠가 필요할 수도 있다.


 2D 컴퓨터 그래픽으로 시작한 나는 이후 3D, 멀티미디어, 웹디자인을 거쳐서 온라인 쇼핑몰, 오픈마켓, 블로그, SNS... 지금은 오픈마켓, 유튜브, 심지어 자서전 쓰기 강의도 진행을 하고 있다.


 물론 특정 분야 하나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면서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강사가 되는 것도 좋은 선택이겠지만, 이건 혼자 잘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의 수요는 늘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트렌드라고 하는 것은 정작 소비자 스스로는 모른다고 한다. 반발 걸음쯤 앞서 나가는 누군가가 알려주면 그게 자신에게 필요한 거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게 소비자라고 한다.


 대중들은 누구도 스마트폰이라는 걸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에 의해 발표된 아이폰은 대중들에게 “이게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었어!”라는 각성을 하게 했고,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강의 역시 강사가 어떤 콘텐츠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수강생이 반응하게 된다. 그런 만큼 강사는 자신만의 강의 콘텐츠를 꾸준히 열심히 개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강의 콘텐츠 개발은 이쯤 강조했으면 됐고, 다음으로 생각할 점은 강의 수요, 즉 강의할 곳을 찾는 일이다. 더불어 강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뒤에서 보다 자세하게 언급할 예정이므로 이번 장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마무리하자.


 당신이 지금 안정적인 직장생활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고, 너무 바빠서, 혹은 직장생활보다 강의가 더 보람을 느끼게 해 주어서 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강사를 할까 고민이 되는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사표 쓰지 마라!


 정말 가슴 뜨겁게 열정적으로 전업강사를 꿈꾸는가?

 난 당신의 그 뜨거운 열정만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 사표 당장 찢어 버려라!


 그럼 도대체 언제 전업강사를 하란 말이냐고 묻고 싶은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회사에서 명예퇴직이든, 권고사직이든 받으면 그때 전업강사가 되어도 늦지 않다.

 그때까지는 준비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퇴직“당한” 바로 다음 날부터 강의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전업강사가 되는 것이다.


https://youtu.be/rhOYxqc6d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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