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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Feb 10. 2023

낙엽만 굴러가도 웃을 준비가 된 30대

일적 커리어 대신 웃음 커리어만 쌓여가는 중


.

내가 생각한 30대의 커리어우먼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그 어디에도 (과거에 내가 생각했던) 30대가 주는 무게감을 지닌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내 주변에는 그저 시시한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30대가 되면 큰 사람이 될 줄 알았다. 비록 그러진 못했다. 어쩌면 더 하찮은 인간이 되어버린 것만도 같다. 그럼에도 20대에 겪은 온갖 시련이 어느 정도 덤덤해지기도 하고 어쩔 땐 더한 파도가 나를 덮치곤 하지만, 조금은 헤쳐나갈 방법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인 것 같다.


그리고 웃음이 헤퍼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에는 작은 일에도 예민하고 크게 반응한 탓에 마음이 다치는 일이 잦았다면, 그 모든 걸 겪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라고 가볍게 지나치게 되었고 아주 조금은 사사로운 감정에 무뎌지게 된 것도 같다.


점심을 먹으러 가다 발이 꼬여 슬리퍼가 벗겨지면 그 꼴이 웃겨서 한참을 웃어댔다. 오랜 친구가 10년 전에 놀리던 방식으로 똑같이 놀리면 그때처럼 똑같이 반응했다. 회사에서 고장 난 프린터 앞에서 허무한 마음에 웃음이 새어 나왔고,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이 사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는구나 깨달았다.  날씨가 좋아 가벼워진 발걸음에 통통 뛰어다니다가 이 나이에도 이렇게 발랄할 수 있구나 웃었고,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반가워해줬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어색했던 누군가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껴 까불거리며 던진 농담에 빵 터지기도 했다.


별 것 아닌 일에 아무 생각 없이 깔깔깔 웃는 나를 발견하면 인생 참 별 것 없다고 느끼다가도, 대단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국에 남는 건 이런 허무한 웃음밖에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웃게 된다.


따지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만 옆에 있다면, 그 사람에게 나의 웃음과 너의 웃음이 맞닿아 있다면 이만한 행복도 없다고 느꼈다.


.

별 거 아닌 일들에 웃음을 더해 특별한 일처럼 느끼게 해줘서 고마운 사람들아, 같이 더 많이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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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을 거야'라고 저주를 퍼붓는 작은 돌멩이가 빙글빙글 돌아다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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