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바랐던
평소대로 병원에 간 어느 날,
그날은 조금 힘들었던지 상담 중 선생님께 입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약을 먹은 이유와 같았다. 입원을 하면 어떠한 잡생각도 하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어떤 것도 마주치고 대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불안과 우울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부정적인 생각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대학병원 입원과 관련해서 병원비는 얼마나 드는지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한참을 찾아봤다.
그리고 4월의 어느 날 결국 사달이 났다. 병원에서는 나에게 입원을 권했고, 나는 그 길로 바로 고대병원 외래를 잡고 진료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바라고 바랐던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그동안 병원을 다니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날 사고에 대해서 가족들이 모두 알게 되었다. 단 한 번도 내가 아프다는 것을 말한 적 없었고 끝까지 모르게 될 줄 알았다. 그 사실이 나를 조금 더 힘들게 했던 것 같다. 평소에도 가족들에게는 '괜찮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나였기에, 단 한 번도 나의 힘듦을 털어놓은 적이 없기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족보다 친구들에게 의지를 더 많이 했던 나는 가족들의 전화를 받았을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혹은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왜'라는 말에 무슨 답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입원을 함으로써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뭐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입원을 한다고 해서 뭔가를 얻거나 잃는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저 '쉬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낯선 곳에서 그저 쉬며 약을 꾸준히 챙겨 먹는 것, 그게 내가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만큼 아프다고 해서 병원 그리고 담당 교수님에게 더 바라는 것은 없었다. 그저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른 채 병원에 있어야 했다.
입원을 하기로 했을 때 무섭거나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그런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덤덤했고 조금은 홀가분하기까지 했다.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았고, +도 -도 아닌 '0'이 되어 있었다. 병원에 들어서도, 입원실 침대에 누워있어도 '0'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