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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an 12. 2016

48. 자본 권력에 대한 항거 (1)

이제는 미래를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자본 권력에게 정당성을 묻다


미국의 대외 개발원조정책에 편승하고 대기업 특혜 몰아주기로 발전했던 우리나라 경제 및 기업의 발전사,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이후 기업가들과 정치인들이 보여준 행태들을 살펴보면 과연 그들에게 자본 권력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참고자료1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 해방 후 정치·경제·사회 발전사"(바로가기 링크), 참고자료2 : "산업 성장의 정체"(바로가기 링크)) 지금까지 돈을 벌 수 있었던 씨드머니조차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조달하였고, 자본력을 가진 위치에 올라선 이후에도 리더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자기 영달에만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당하지 않은 권력을 부끄러워 하기에 "과거는 모두 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라고 이야기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미래를 위해 과거를 지운다 해도, 도저히 그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믿고 맡길 수가 없습니다. 1970 년 이후 고도 성장기를 지나오면서 결실의 혜택은 모두 그들이 독점하였고, 몇 번의 경제 위기에서는 국민들에게 그 책임을 뒤집어 씌운 채 자신들만의 무너지지 않는 왕국을 세우려 했던 이들이, 과연 다가오는 경제 위기는 어떤 방식으로 돌파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앞선 주제에서 말한 바와 같이, 권력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것이야말로 기존의 어그러진 사회 질서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우리는 소수의 특정 계층이 가진 자본 권력에 대해 정당성을 의심하고 물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실질적인 행동이나 결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의식적으로 권력 소유의 부당함을 계속 인식하고 있어야만, 어느 시점에 이 사회의 변혁을 이끌 사람들이 나타났을 때 놓치지 않고 힘을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이 사회의 비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 내 힘을 보태는 것 정도가 아닙니다. 내 자녀의 미래를 내 스스로 구제하는 것이며, 나를 위해서 깨어있으라는 의미인 것이지요.


그런 뜻에서 "내려놓기", "보다 영속적인 가치"를 제시했던 이유는, 권력의 정당성을 되찾으려는 우리가 "그들"과 같은 속성의 사람이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포장하고, 나 혼자만의 이득을 챙기려는 습성을 그대로 지닌 채 권력을 찾아온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잠시 살림살이가 펼 수는 있겠지만 몇십 년이 지난 후에는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버린 새로운 가치관으로 뭉친 사람들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방법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자본주의가 기술의 발달을 촉진시켜 소유의 종말을 가져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자본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변화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회사 제도"를 통해 소유와 생산이 하나 되는 공유경제의 이상향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주식회사 제도의 역사는 17세기 식민지 시대의 유럽 해양 세력들이 인도,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투자 회사의 설립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 교역소를 설치하고, 생산 시설을 짓고, 상품 운반에 필요한 범선을 제작하고, 바닷길의 해적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기에, 각 나라의 국왕들은 귀족이나 신흥 상업 재력가의 돈을 투자받을 방법으로 주식회사 제도를 고안해냈던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일반 국민이 주식시장을 통해 회사의 주식을 거래함으로써, 보유한 주식 수만큼 회사를 소유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회사 주식이 100 주라면, 100 개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 소유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회사의 경영권을 갖고 임원을 임명할 수 있는 권리를 갖습니다. 누군가가 51개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실질적으로 회사는 그 사람의 소유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 재벌들의 주식 보유량은 조금 이상합니다. 전체 그룹의 51% 지분을 갖지 않고서도 그룹 계열사 모두를 좌우하는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요. 순환출자제도나 지주회사 제도를 통해서 가장 근본이 되는 회사의 주식 51% 만 보유하고, 나머지 회사들은 지주(중심) 회사가 되는 법인의 명의로 타 계열사의 주식을 절묘한 비율로 서로 보유함으로써 전체 그룹사의 경영을 좌우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인의 명의로 회사를 소유하는 것도 어차피 오너의 재산이 아닌가요?"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엄연히 법인의 재산이지 오너의 재산이 아닙니다. 법인이 벌어들인 수익은 오로지 법인의 사용 용도로 지출하는 것이 맞으며, 오너의 개인 사생활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기업 자금 횡령으로 법의 처벌을 받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 특성상 법인의 돈을 들여 회사를 설립하기보다는 은행 대출을 통해 자본을 끌어들여 세우는 경우가 많기에, 오롯이 법인의 재산을 오너의 것인 양 휘두르는 것도 불합리합니다. 그런 식으로 회사를 세워 망해버리면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기업을 회생시키면서, 오너는 가벼운 처벌만 받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말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 부실의 원인 중에는 능력이 아닌 세습으로 경영권이 이양되는 오너리스크도 포함됩니다.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투철한 의지로 기업을 일으켜 세운 1세대 창업주와 달리 (비록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긴 했지만요)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상태에서 땅 짚고 헤엄치듯 경영을 해온 재벌 3세들은 험난한 경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얼마 전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이나, 롯데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면세점 특허 소멸 사건, 그 외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손대는 족족이 사업을 망하는 3세 경영자들의 이야기들은 그들의 낮은 경영 역량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서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개인소유의 사상"을 버리는 일이 각 개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움직임이라면, 상호 호혜의 원칙을 지닌 공동체가 모여 자본 권력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지고 그 힘을 되찾아오는 것은 하드웨어적인 움직임입니다. 세상의 변화는 생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생각만 가지고서는 실질적인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을 책임져줄 거라고 생각했던 정치인들, 기득권들에게는 희망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봐온 것만으로도 너무 잘 느껴지지 않습니까? 더불어 기업의 돈에 빌붙어 사는 어용학자들, 왜곡을 일삼는 언론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카르텔 속에 우리는 지금껏 이렇게 당하고 살아왔던 것이지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국민들이 그동안 혹독하게 당해온 까닭에, 그들보다 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요 몇 년간 정말 단단하게 단련된 국민들과 온실 속의 화초처럼 편안히 살아온 그들이, 계급장을 떼고 공평한 위치에서 맞대응을 했을 때 그 승리는 더 간절하고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된 국민들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는 기득권들이 나라를 망쳐놓았을 때, 국민들이 홀연히 들고일어나 민족을 구했으니까요.


분명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이르렀을 때 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 하나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서로 자신들이 진짜라며 뛰쳐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기회가 왔을 때 인본의 탈을 쓴 이기주의자들에게 속지 않고, 상호 호혜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진정한 공유 공동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깨어있으시기를 바랍니다. 그 방법은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한 내용들에 나와있으니까요.


참고로, 주식회사 제도를 통한 힘을 되찾아오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주식시장, 자본주의의 꽃이자 독 그리고 미래 (바로가기 링크)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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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 https://goo.gl/gPqNDA

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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