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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5. 2015

1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8)

국내 산업의 위기와 미래형 인재의 부재

산업 성장의 정체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이후 전 세계적인 불황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나라들이 금융 부채를 줄이고 부실 분야를 정리하며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연구개발에 힘쓰는 동안, 한국은 고환율 및 저금리 금융 정책을 통해 대기업 위주 경제성장을 펼쳤다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수출 중심 대기업들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인 고환율 정책을 펼치고, 각종 경제지표 및 심리적 경제 기준선이 되는 부동산 가격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지요.


돈이 있는 기업들은 굳이 실패를 감수하면서까지 새로운 시장에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2인자 전략으로 다른 선두 기업이 만들어낸 제품을 재빨리 베껴서 내놓으면, 중국의 저가 임금과 달러 및 엔화 대비 낮은 가격으로 상품성을 갖추어 쉽게 물건을 팔 수 있었으니까요. 그 사이 국내 소비시장은 가정의 실질 가처분소득 감소 탓에 규모가 줄어들었고, 대기업은 시장 상권 진출 같은 방식으로 매출을 확대하며 풀뿌리 경제가 고사되어 갔습니다.


잠깐 동안 1세대 IT 벤처 개발자들의 성공 신화(네이버, 카카오톡, 엔씨소프트, 넥슨 같은)가 사회 일면을 장식하면서, 젊은이들의 벤처 창업 및 투자 열풍이 일어났지만 그것도 금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 서비스를 제한하는 각종 법규(대기업 친화적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한...), 학벌과 인맥이 아니고서는 투자금을 받아낼 길이 없는 투자 생태계, 돈이 된다 싶으면 자본력으로 밀어붙이는 대기업의 횡포, 도전이 실패했을 때 재기할 방법이 없는 사회 제도와 문화체계적인 사업분석 능력 및 신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창의력의 부족 등으로 그저 그런 유행과 같은 벤처기업들이 무수히 생겨났다가 소리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외국에 터전을 잡고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한 벤처 사업가들이 가끔 성공 사례로 소개될 뿐이지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땅 짚고 헤엄치던 사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큰 지각변동을 겪었습니다.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여 각종 상품 시장을 모조리 재편하였고, 구글은 웹 인터넷 환경을 장악하여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이 구글에 연결되도록 확장하고 있습니다. 한때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던 일본에서도 분야 재편과 이종 분야 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한때 자동차 분야의 강자였던 미쓰비시는 사업 분야를 넓혀 고속철도에서 세계 3위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이 되었고, 최근에는 여객항공기까지 제작하기 시작하여 그동안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었던 여객기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필름 및 카메라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을 자랑하던 후지필름도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된 후 여성 화장품 분야에 투자를 시작하여 안티에이징 제품이 출시하자마자 일본 내 판매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냈지요. 이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생명공학 분야에도 수천억 엔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미 에볼라 치료제를 개발하여 그 성과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도시바 등 정보통신업체들은 식물공장과 같은 차세대 먹거리 산업에 시설 전환을 시도하면서 미래 유망 산업에 대한 노하우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연내(2015년 12월) 확실시되고, 세계 기축통화 중 하나인 엔화가 양적완화를 하며 일본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승되면서, 더 이상 고환율 정책으로 승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산 제품의 기술력이 급속도로 향상되면서 거의 동질의 상품들이 더 낮은 가격으로 출시하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의 가전, 자동차, 조선 등의 전통 산업 강자들은 급속도로 힘을 잃었습니다. 불과 작년(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던 기업들이,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고,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등의 수모를 겪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 금리인상 관련 내용은 본 글이 2015년 11월에 쓰인 글이기에 예측의 뉘앙스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2015년 12월에 미국은 0.25% P 금리인상을 단행하여, 10년간 계속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식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우리나라의 위정자들과 기업가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기업들은 시장 투자 및 위기대응의 명목으로 사내유보금을 845조 원(2014년, 코스피 상장사 기준)이나 쌓았습니다. 이는 2008년 기준인 326조 원보다  250%가량 증가한 수치이지요. 정치인들은 낙수효과라고 하여 이미 외국에서는 용도 폐기된 용어를 들이밀며 친기업적 정책을 펼쳤고, 다들 자기 자리(국회의원 공천권)를 지키기 위한 수싸움에 골몰하며 케케묵은 사상 몰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어려운 실정인데도 말로는 민생 경제를 외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이 지금 이 나라 기득 정치인들의 수준인 것이지요.


세계 경제가 자본주의 체제로 자리 잡고  글로벌화되면서 더 이상 사상을 내세워 다투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금융과 산업 경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며, 시장 경쟁에서 낙오한 국가는 전쟁에서 지는 것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미 1998년 IMF 금융위기 사태를 겪어 보았습니다. 얼마나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지는지를 경험했던 것이지요. 그나마 그때에는 정보기술 혁명을 바탕으로 인터넷 시장이 열리고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면서 세계 경제 호황의 훈풍이 불었습니다. 금 모으기 같은 국민들의  자기희생에 힘입어 고통을 감내하고 국가 경제를 되살릴 수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더 이상 세계 그 어디에도 새로운 시장 동력을 찾아볼 수가 없고, 우리나라 가정은 이제 저축보다 빚을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은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미국 금리인상을 신호탄으로 신흥국의 자본유출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동, 동유럽 등 세계 곳곳에는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서 그 어느 날 갑자기 큰 전쟁이 일어난다 하여도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리아는 사실상 세계 전쟁이 일어난 상황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의 경제, 산업, 사회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결국 남아있는 해법은 사람뿐입니다. 변변한 자원하나 나오지 않는 땅에서 우리 사회가 투자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람과 소프트웨어의 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녹록지 않습니다. 구시대적인 주입식 교육과 상명하복으로 점철된 기업문화에서는 창의와 융합의 소프트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길러질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참고자료1 : "교육과 양육"(바로가기 링크), 참고자료2 : 탈스펙, 스펙 파괴 면접의 아이러니(바로가기 링크))


학생들에게는 꿈과 목표를 찾기보다는 일단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지식 암기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의문을 가지고 스스로 사고하여 답을 내릴 수 있는 인재가 아니라, 정해진 지식을 최대한 왜곡 없이 그대로 써내는 공부 기계를 양산하고 있지요. 시험에 나오는 것이냐 그렇지 않은 것이냐를 기준으로 공부하고, 학교 성적에 도움이  안 될 듯한 공부는 제쳐버립니다. 당최 쉴 시간도 없고, 마땅히 할 수 있는 취미 생활도 변변치 않습니다. 그들에게 허락된 유흥거리는 PC방 게임이나, 카카오톡 같은 SNS  활동뿐입니다. 그마저도 게임은 마약이라 하고, 스마트 기능이 없는 공부용 핸드폰을 출시하는 등 원천 봉쇄하려고 혈안이지요. 정말 씁쓸한 현실입니다.


교육부는 미래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교육과정 개편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근본부터 창의성에 대한 개념을 잘못 잡고 있습니다. 창의와 인성은 지식으로 배우는 결과가 아니라, 학습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창의와 인성을 교과서에 적어 암기하면 향상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의 개편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밑바탕의 문제는 그대로 놔둔 채 말이지요. (참고자료1 :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원론적 비판(바로가기 링크), 참고자료2 : 자기주도성, 창의적 사고 습관 기르기(바로가기 링크), 참고자료3 : 창의성 사고를 위한 양육법(바로가기 링크))


합리적으로 업무를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한 기업 문화가 아니라 자기 안위를 지키기 위한 생존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 환경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찾아볼 수가 없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참고자료 : "회사 조직 문화.. 이런 것이 사회의 쓴맛?"(바로가기 링크))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학 졸업 이후에 인재가 길러지는 과정이기도 한데, 업무 환경이 이러하니 아이디어는 고갈되고 도전의식은 사라지며 회사 내 줄 서기 문화에 익숙해져 구태한 조직의 일원이 되어버립니다. 이런 현실을 못 견뎌서 뛰쳐나와 창업을 하는 인재들도 있지만, 사회 전반적인 구조가 새로운 도전에 호의적이지 못한지라 대부분은 그저 그런 평범한 자영업자가 되고 말지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저출산, 노령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기대할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것은 거대한 사회 시류와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몸담고 있는 사회 문화, 기업 문화, 그에 종속되어 있는 교육 제도와 풍토는 어느 하나만 바꾸기에는 너무  얽히고설켜있습니다. 아마 새로운 정책을 내어놓는 단계, 합의를 이끌어내는 단계부터 어그러질 것이 뻔합니다. 근본적인 개인소유의 사상과 생존의 위협이 뿌리 깊게 내려있으니까요. 아마도 우리 모두가 근본적인 우리의 가치관을 직시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그냥 이대로 계속 흘러가는 것 밖에는 답이 없을 것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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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 https://goo.gl/FMYe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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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 https://goo.gl/gPqNDA

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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