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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an 21. 2016

57. 공유경제 사회로의 도약

이기적인 이타주의를 가진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

이기적인 이타주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한계에 이르러 체제의 불합리성과 비윤리성이 우리의 삶을 거세게 파괴하고 있음에도, 아직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연재를 통해 소개한 내용을 중심으로 나열해보면, 첫 번째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수백 년 간 유지해오며 만들어진 제도, 관습, 문화들이 정교하게 짜인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 기존 질서 아래 부와 권력을 쟁취한 이들이 그것을 잃지 않으려는 유형무형의 노력이 유효하게 먹혀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처지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자본주의 개인소유 사상이 작금의 약육강식 아비규환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가장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자 하는 극소수 사람들은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각 분야에서 나름의 노력을 펼쳤지만 거대한 시대정신 앞에 굴복되어 허망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아쉽게도 조금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들은 그 위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투쟁하며, 아예 경쟁의 장에서 낙오된 이들은 부를 차지하지 못한 신세를 한탄하며 자신보다 더 못난 이들을 상대로 자기 포장과 위선으로 존재의 위안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세상을 바꾸기에는 너무나도 상대가 강했던 것이지요.


앞서 공유경제 사회의 이상주의적 허구성과 비효율성을 증명했던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은, 현대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등장을 기점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말씀드렸지요. 무료에 가깝게 낮아진 커뮤니케이션 비용 덕에 여러 상품 분야가 한계비용 제로화되면서, 사람들이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공유지의 희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입니다.(참고자료1 : "공유경제의 역사, 비판자들"(바로가기 링크), 참고자료2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바로가기 링크))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이건 그저 조그마한 징조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가 투쟁해야 할 대상은 무형의 거대한 시대정신이고, 그것은 바로 이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중들과의 싸움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천운으로 우리가 상호 호혜의 원칙을 지닌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의미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작게나마 지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를 구축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계속 "그들"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본주의 개인소유 사상에 물들어 있는 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상당 수의 사람들은 갱생의 여지가 없는 수준의 자본중독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30년 혹은 40년 넘게 어느 하나의 사상을 신봉하며 무의식적으로 아무런 의심 없이 살아온 사람들은, 그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인문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분명하게 증명되는 바입니다. 부와 명예를 위해 냉혹하게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거기에 쾌감을 느끼는 소시오패스들은 자본중독자들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이들을 사회와 격리시켜 피해를 주지 않게 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인성을 바꾸어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지요.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 사람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행동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위해할 목적의 생각을 가진 사람도 다양성의 가치에 따라 표현을 제재하지 않고 열어두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할 문제입니다. 민주주의가 훨씬 발전한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나치즘과 관련된 언행은 국가적 처벌을 받도록 규제되어 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인류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는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라, 모두가 지속가능한 삶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지요. 자유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정치 체제 중 가장 그에 근접할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볼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상호 호혜의 원칙은 무조건적으로 누군가에게 잘 해주고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상호 호혜의 공동체가 유지되는 가장 큰 힘은 "신뢰"이며, 공동체 안의 누군가가 약속을 어기고 혼자만의 이익을 독점하기 시작하는 것은, 곧 공동체의 와해와 종말, 원래의 야만적인 세상으로의 회귀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사람의 불가역적 본성(개인 이기주의적 속성)으로 인해 공동체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되기에, 우리의 상호 호혜는 "이기적인 이타주의"의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피아(彼我)를 가려 행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


오스트롬 교수가 기술한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는 한정된 자원 상태에서도 공유경제 시스템이 잘 기능하는 세계 여러 곳의 공동체를 조사하여, 효과적인 공유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기본 원리를 제시하였습니다. 제러미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사회』에 그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 오스트롬 교수가 제시한 일곱 가지 원칙을 그대로 인용해보겠습니다.


첫째, 공유사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누가 공유물을 전용할 수 있고 없는지 '분명하게 정의한 한계'가 필요하다.
둘째, 전용을 위해 할당할 수 있는 노동과 재료, 금전의 양을 정하는 규칙뿐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양과 사용 시간, 장소, 기술 등을 제한하는 전용 규칙을 확립해야 한다.
셋째, 공유사회 협의회는 전용 규칙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또 민주적으로 그 규칙을 결정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넷째, 공유사회 협의회는 공유물 관련 활동의 감시를 전용 당사자들이나 그들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 맡도록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규칙을 위반한 전용자에게는 원칙적으로 다른 전용자나 그들에 대해 책임지는 관리자가 사전에 등급별로 체계화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로 앞으로의 참여가 틀어지거나 공동체 안에 악의가 발생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여섯째, 공유사회 협의회는 전용자 사이에, 또는 전용자와 관리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저비용의 사적 중재를 신속히 이용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
일곱째, 공유사회 협의회가 확립한 규칙은 정부 관할권에 의해 그 합법성이 승인되고 용인되어야 한다. 만약 정부 당국이 공유사회 협의회의 자주적 관리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사실상 불법으로 간주한다면 공유사회의 자치는 지속될 가능성이 시간이 갈수록 사라진다.


이 중 몇 가지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보면, "분명하게 정의된 한계 규칙", "규칙 세팅의 민주화와 투명화", "규칙 준수에 대한 철저한 관리", "규칙에 따라 차등화된 권한", "효율적 갈등 해결을 위한 사적 중재절차"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유경제 공동체가 잘 구현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신뢰를 가지고 철두철미하게 운영되는 공동체 규약이 필요하며, 규칙의 적용은 투명하게 공시되고 규칙 운영을 위한 차등화된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효율적 갈등 해결을 위한 사적 중재절차"까지 더해지면, 약간의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수직적 위계질서를 가진 또 다른 조직의 탄생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조직"이 구성되기 위해 필요한 불가항력적인 장치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규칙에 따라 적용된 차등화된 권한을 기능의 차이라고 받아들여야지, 지금 사회처럼 위와 아래를 나누는 차이로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기존의 구태 조직과 다른 것은 기술 발전의 혜택을 통해 협의와 운영의 과정이 공개된 규약에 따라 투명하게 이루어진입니다. 지금처럼 특정 소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면 계약을 하고 뒷돈을 챙기는 등의 일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입니다. 갈등 해결을 위한 사적 중재절차도 어디까지나 규약에 의해 명시된 권한을 가진 사람이 투명하게 공개된 장소에서 중재를 행하고 그 결과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지하는 것이지요.


근본적으로는 공유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기존 사회 질서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차입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라 평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연재에서 논했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를 이끌 리더들은 개인의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아니라, 상호 호혜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공동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이기적 이타주의자"들이 될 것이며, 그 바탕은 공동체의 사상이 녹아들어 있는 교육과 제도를 접하며 자라난 미래 세대의 아이들과 청년들이 될 것입니다. 이미 자본중독자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공동체주의자가 되어 그 어떤 개인의 이기를 위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결국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조직된 힘"입니다. 자본주의적 개인소유 사상의 허물을 벗어던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조직된 힘을 키워 자본 권력에 대한 항거가 실질적으로 드러났을 때 비로소 이상적인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여러분들에게 정치적 무관심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를 주문합니다. 옳지 않은 것을 귀찮다고 방임하지 말고, 적나라한 뼈아픈 진실을 직시하며, 나의 생각을 당당히 다른 이에게 표현할 수 있는 적극성을 되살려 주십시요. 이는 촛불을 들거나 거리에 나가 폭력적인 대항을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 사회의 근원적 문제인 왜곡된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을 관조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행할 수 있는 내려놓기와 관심, 배려, 인정, 그리고 보다 영속적인 가치로의 전환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 명의 지인에게라도 더 그 가치를 전파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생각들이 모였을 때 상호 호혜적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탄생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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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 https://goo.gl/iK3abI

YES24 - https://goo.gl/FMYeva

인터파크도서 - https://goo.gl/7RCjGC

영풍 - https://goo.gl/gPqNDA

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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