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은 이길 확률이 아주 높은 도박이다 - 제다이로 살기 -
난 <제다이>이다. 제다이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포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일종의 기사단을 말한다.
난 척추신경외과 전문의이고, 특히 내시경 척추수술에 특화된 극소수의 전문가들 중 한 사람이다.
척추의 세계에서 제다이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에게 척추 수술은 어떤 의미일까?
환자들은 척추 수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질문들에 답을 하려면 척추수술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증상: 통증이나 결손이 애매하지 않고 뚜렷할 것.
-증후: 증상과 일치하는 신경학적 또는 역학적 증후가 있을 것.
-영상: MRI 또는 CT 검사상 증상/증후가 일치할 것.
-병소: 해당 병소가 수술 가능한 정도의 난이도와 접근 가능한 위치를 가질 것.
-증상의 정도: 수술에 의한 큰 차이를 얻을 수 있을 것.
-합병증: 마취, 절개, 수술적 행위에 의한 부작용 가능성이 적을 것.
-라포: 수술 전 설명이 잘되고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적절할 것.
-수술: 수술 의사가 신뢰를 주는 전문가이고 수술이 잘 수행될 것.
-부작용: 다행히 수술 후 합병증이 없을 것.
-재활: 수술 후 환자가 협조적일 것.
이 모든 조건이 만족해야 수술이 성공한다. 척추 시술이나 수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이 순조롭게 되어야 한다. 한과 정이라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척추수술은 한마디로 ‘도박’이다. 실패하면 많은 것을 잃는다. 성공하면 행복과 편안함을 얻는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세상에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고, 그들은 충성스러운 사명감과 지식, 그리고 날카로운 손기술로 무장되어 있다. 통증이나 결손으로 오랫동안 고통받는 환자가 왔을 때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근거와 통찰력으로 치료 방침을 정하고 실행한다. 놀랍게도 대부분 우리 제다이들이 승리한다.
즉, 척추수술은 도박이지만 경기 전부터 이길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도박인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미세침습 척추치료의 제다이인 필자에게 와서 비교적 만족할 만한 답을 얻고 수술을 받고, 호전되어 복귀한다. 난, 그들의 수호신이자 한줄기 희망인 것이다.
그런 나는 어떤가? 행복할까?
- 제다이로서 나는 나이를 잊는다. 집안에 근심 걱정이 생겨도, 몸 컨디션이 안 좋아도 나의 스킬은 유지되어야 하며, 항상 칼 같은 에지를 유지해야 한다. 절대로 손을 떠는 일 따위는 없어야 한다.
- 제다이로서 나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나를 도발해도 평정심을 유지한 채 의학적 근거와 친밀감으로 그들을 대해야 한다.
- 제다이로서 나는 치료 전에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편, 치료의 합병증이나 반대급부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희망과 현실을 동시에 던져준다.
- 제다이로서 나는 의학의 첨단 기술을 갈고닦아야 한다. 의학을 발전에 뒤처지지 않고 언제나 반보씩 앞서 나아가야 한다.
- 제다이로서 나는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뒷감당을 해야 한다. 100명의 치료 환자 중 99명이 잘되어도 잘 안된 한 명이 늘 마음에 걸린다. 내 인생을 지배당한다. 심지어는 몇 달간 꿈에서 만나야 한다.
이렇게 제다이로서 개인적인 삶은 불행할 수 있다. 때론 지긋지긋하기도 하다. 하지만 제다이는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수술은 말이다. 언제나 승리해야만 하는 도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이 모든 것에 책임이 없다. 단언컨대 없다.
그대들은 우리에게 의존할 자격이 있고 우리를 신뢰한다.
그래서 우린 목숨 걸고 수술한다. 언제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말이다.
지금도 난, 극한의 설렘과 황홀한 긴장감으로 수술 장갑을 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