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언처럼 명심할 것들 - 제다이로 살기 -
이 말은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나, 그래도 일반인이 알아두면 대개 통용되는 명제이다. 허리 디스크병이나, 만성적인 척추협착증의 경우 영구적이고 비가역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을 가져오는 경우는 마미총 증후군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촬영한 MRI 상 매우 심한 말기의 척추관 협착증 보이는 경우라도 증상과 증후가 비교적 견딜만하다면 응급적인 수술이 필요치 않다. 통증이나 신경학적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일상생활을 도저히 영위할 수가 없을 때 비로소 수술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증상이 경미할 때, 척추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의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하던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 수술 전보다 삶의 질이 더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술의 결정은 신중하게 하자.
1-1. 예외가 있다.
첫째, 마미총 증후군 이 생긴 경우에는 응급수술을 요한다.
둘째, 너무 늦은 연령에서 수술하지는 말자. 언젠가 수술을 해야 한다면, 75세 이전에 할 것을 권유드린다. 80세가 넘어가면 마취나 수술 자체의 합병증 확률이 높아진다.
2-1. 급성 디스크 파열에 의한 요통 및 하지방사통은 대부분 매우 아프다. 통증 지수 9에서 10에 달할 정도의 극심통이라 할 만하다. 이럴 경우 환자는 당황하게 되고 이러다가 다리 마비가 고착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초조해지게 된다. 이 시기에 수술의 권유받게 되면 조금의 의심도 없이 관혈적인 수술을 받게 된다. 사실, 디스크병은 대개 급성기만 지나면 디스크가 줄어들고 염증반응이 줄어들면서 신경 압박이 호전되고 통증도 경감된다. 그러므로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급성 디스크 병인 경우 조금 기다리면서 통증을 줄이고 염증반응을 치료하는 보존요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많이 아픈 것이 꼭 수술의 적응증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자.
2-2. 다른 경우는 원인이 애매한 경우이다. 전형적인 예가 바로 걸을 때 다리가 저리고 잘 걷지 못하는 '파행'이다. 70대 후반 남자 환자가 있다고 하자. 1년 전부터 걸을 때 다리가 저리고 당긴다. 그리고 힘도 약해져서 걷기가 힘들어졌다. 허리 MRI를 찍어보니 하부 요추에 중심성 협착증 소견이 보인다. 약물치료를 수개월간 하였으나 점점 더 증상이 심해졌다. 담당 의사와 상의 후 수술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괴로운 나머지 수술이라도 해서 근본 치료 하자는 생각에 수술을 받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좋아졌을 수도 있고, 전혀 좋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똑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퇴행성 뇌질환의 대표 격인 파킨슨 병이 진행하는 경우 또는 경추 척수증이 있는 경우에도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병은 병대로 진행하고 쓸데없는 척추수술만 받게 된 결과가 된다. 그러므로, 단지 아프고 괴롭다는 이유로 섣부르게 수술을 결정하지 말고 신중하게 다른 감별진단 가능성을 의심하고 또 의심한 다음 결정해야 한다.
3. 사람의 몸은 자동차가 아니다. 수술 역시 A/S가 아니다.
병소가 다발성인 경우, 역시 수술 범위를 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병소가 한 군데이고 다른 기관에 의심할 만한 감별진단이 필요한 병소가 없는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협착증은 크고 작게 여러 마디가 관여하게 된다. 이때 어떤 범위로 어디까지 손대야 할지가 애매한 경우가 있다. 만일 이러한 이상이 자동차에 생겼다면, 문제가 있는 부분을 시간이 걸려서라도 다 고치면 된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의심이 가거나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부분을 다 수술할 수 없다. 그랬다간, 수술의 합병증으로 더 큰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병이 여러 군데 일 경우, 가장 중요한 부위 위주로 선별적으로 수술하거나 단계적으로 나누어서 수술하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경험과 의학적 지식,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술을 하면 척추가 강해질까? 시간이 경과해도 큰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척추의 특성상 그렇지 못하다. 수술은 자동차 A/S 가 아니다. 수술을 하게 되면 부득이하게 정상 조직도 어느 정도 침해를 받게 되고 그만큼 약해지거나 자극을 받게 된다. 또한 척추는 수술 후에도 시간이 경과할수록 퇴행성 과정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큰 맘먹고 유명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았음에도 삶의 질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나 실망스러운 일인가!
수술 전에 충분히 의사 환자 간 의사소통이 중요하고 기대치와 추가 치료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을...
가장 병에 속기 쉬운 경우는 바로 MRI 검사 소견을 맹신하는 것이다. 중년 남성이 허리가 아프고 엉덩이가 당겨서 요추부 MRI 검사를 했더니, 요추 4-5간 협착증과 디스크 탈출이 보였다. 증상도 MRI 소견도 일치한다 (물론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환자는 척추 디스크 절제술 수술을 받았다. 불행하게도 하나도 좋아지지 않았고, 결국 우측 고관절 무혈성 괴사로 판명이 나서 고관절 수술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난다. MRI 검사가 너무다 저명했기 때문에 의사도 병에 속아 넘어간 케이스이다. 통계적으로 허리 통증 경험이 없는 사람 10명에게 요추부 MRI를 시행하면 3명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다. 명심하자. 동네에 걸어 나니는 양아치가 험악하게 생겼다고 어젯밤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은 아니다.
척추 수술은 최후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