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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Oct 03. 2016

당신의 이자벨

‘빠삐용(PAPILLON)’이란 말은 ‘나비’를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갑자기 웬 나비 이야기냐 하시겠지요? 오늘은 예쁜 봄날 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환상의 나비 ‘이자벨’ 찾아 여행을 나서다
 2002년에 만들어진 참 예쁜 프랑스 영화가 있습니다. 필리프 뮐 감독의 작품 ‘빠삐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어로 번역되어 ‘버터플라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지요.  나비수집가인 혼자 사는 노인 ‘줄리앙’과 그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엉뚱한 여덟 살짜리 꼬마 ‘엘자’가 ‘이자벨’이란 이름의 나비를 찾아 나서는 동화 같은 영화입니다.


참 단순한 영화입니다. 화면의 대부분이 아름다운 알프스의 풍광 속에 두 사람이 나비를 찾아다니는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줄리앙은, 전쟁에서 돌아와 정신질환을 앓는 아들을 위해 나비 수집을 시작합니다. 나비를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는 아들을 위해 부지런히 나비를 채집하지요. 어느 날 아들은 책 속에서 청록색 날개의 이자벨을 가리키며 그 나비를 꼭 보고 싶다고 했고 줄리앙은 꼭 보여 주겠노라 약속을 했지만 아들은 곧 죽고 맙니다. 줄리앙은 죽은 아들과의 약속을 위해 계속 이자벨을 찾아 나섭니다.


 ‘환상의 나비’ 이자벨은 주행성도 야행성도 아닌 황혼 나비입니다. 해질 무렵 잠시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주둥이가 없어서 먹지도 못합니다. 세계적으로 거의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화를 해서 나비가 되어도 겨우 사흘 밤낮을 살다 죽습니다. 1839년에 스페인 사람이 처음 발견했다는데 그 당시 스페인 여왕의 이름을 따와 ‘이자벨’이란 예쁜 이름을 붙여 주었답니다. 모두 영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엘자는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는 스물다섯 살 된 미혼모의 아이입니다. 일하러 간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게임기에 매달려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엾은 아이지요. 단벌 티셔츠에 하나뿐인 운동화, 당직을 하는 엄마를 기다리며 혼자 긴 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 엘자가 나비 채집을 떠나는 줄리앙의 차에 몰래 숨어 타게 됩니다. 곧 들통이 나지만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일주일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매달려 결국 8일간의 여행에 동행을 하게 됩니다.  


애타게 찾던 이자벨을 찾다, 그리고 
 줄리앙의 간절한 마음 덕분일까요? 그들은 극적으로 이자벨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엘자의 작은 실수로 눈앞에서 나비를 놓치게 되지요.
 하지만 영화엔 반전이 있습니다. 그렇게 그리던 이자벨도 놓치고 유괴범이라는 누명까지 쓰고 절망하여 돌아온 줄리앙과 엘자는 둘 다 이자벨을 찾게 되거든요. 그것도 각자 자신의 집에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요? 들어 보세요.


줄리앙은 채집 여행을 떠나기 전에 친구로부터 받은 애벌레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름을 알 수 없다던 그 애벌레가 부화가 되었는데 글쎄, 그것이 환상의 나비 ‘이자벨’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찾아 헤맸던 나비가 자신의 집 안에서 깨어날 날을 기다리며 긴긴 날을 홀로 견디고 있었네요.


엘자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요?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원망했던 엄마, 열여섯 살에 아기를 가졌고 그 사실을 알고 도망가 버린 남자를 잊고 홀로 엘자를 키우며 사느라 사랑하는 법을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 고되게 사느라 항상 엘자의 곁에 있어주지 않던 엄마, 그녀의 이름이 이자벨이었습니다.

엘자의 이자벨은 엄마였습니다.  


당신의 ‘이자벨’을 품고 있는 알 하나 있다면
 ‘빠삐용(나비)’는 두 사람이 애타게 찾고자 했던 그 무엇이었습니다. 여러분도 간절히 찾고 있는 그 무엇이 하나쯤 있지 않나요? 여러분의 ‘이자벨’ 말입니다. 혹시 먼 들판을 헤매고 긴 밤을 지새우며 이자벨을 찾고 있진 않나요? 줄리앙처럼 어쩌면 당신 곁에서 당신의 ‘이자벨’을 품고 있는 알 하나가 따뜻한 손길을, 눈길을, 입김을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요? 예쁜 날갯짓을 하며 높이 날아오를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엘자의 엄마에게 들려준 줄리앙의 말이 여러분에게 드리는 제 대답입니다. 들어 보세요.

“사랑한다고 말해줘. 얼마나 쉬워. 그 쉬운 걸 나도 못 해줬지,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인생은 순간을 사는 것. 한 순간, 또 한 순간
 줄리앙은 말합니다.
 “인생은 순간을 사는 것입니다. 한 순간, 또 한 순간, 또 한 순간. 똑딱똑딱….”
그렇게 순간순간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의 삶 속에도 예쁜 봄날이 찾아오겠지요.

그 계절에 아름답게 날아오를 여러분의 이자벨을 기대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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