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지난해 봄 번외 편으로 제작 방송된 어촌 편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세 남자가 작은 섬마을에 가서 삼시세끼를 자급자족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가장 큰 이슈가 된 차승원의 음식 솜씨도 놀라웠지만 배우 유해진의 낚시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낚시를 한 번 해본 적도 없고 물고기 만지는 것조차 무서워하던 그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섬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생선’이라며 통발을 놓기도 하고 갯바위에 걸터앉아 바닷바람을 오롯이 맞으며 낚싯대를 드리우기도 했다. 그는 끼니를 거르기도 하며 몇 시간씩 불편한 바위에 걸터앉아 어둠이 내릴 때까지 낚시에 열중했다. 하지만 촬영이 모두 끝날 때까지 그의 낚싯대는 한 마리의 물고기도 낚아 올리지를 못했다. 변변한 입질 한 번도 없었다.
그는
"감성돔이나 우럭을 못 잡아도 돼. 그렇지만 해볼 때까지 해보고 싶다. 그 꿈을 꼭 이루고 싶다. 딱 잡아서 '너구나'라고 한번 보고는 다시 놓아주며 멋있게 돌아오고 싶다. 내 마지막 꿈이다."
라며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낚싯대를 놓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 물고기는
한 끼니를 위한 음식 재료가 아니라
그의 꿈이 된 것이다.
<사막에서 연어낚시>라는 영화가 있다.
영국의 어류학자 존스 박사는 어느 날, 투자 컨설턴트 해리엇이라는 여자로부터 ‘사막에서 연어낚시’ 프로젝트에 대한 도움을 요청받는다. 그것은 중동의 석유재벌 왕자의 취미생활에서 시작된 것인데 예맨 사막에 댐을 만들어 연어 1만 마리를 방류하고 낚시를 하겠다는 황당한 프로젝트였다.
존스 박사는 연어의 생태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며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총리실의 압박을 받게 된 상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에 단순히 ‘만수르’를 능가하는 석유재벌 ‘무하메드 왕자’의 취미를 충족시키는 사치스러운 돈 낭비라 생각했던 존스 박사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다. 사막에 호수를 만드는 무모한 일을 벌이려는 왕자의 숨은 뜻을 알아차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하메드 왕자에게 연어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라 희망과 생명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는 자기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 삶의 기운과 비전을 전하고 싶었다.
그의 간절한 마음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되었나 보다.
사막에 강을 만들어 1만 마리의 연어들이 헤엄치게 하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을 그들은 연어처럼 편견을 거슬러 마침내 기적을 만들어낸다. 스크린 전체를 가득 채운 힘찬 연어들이 호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힘찬 삶에 대한 기운과 의지가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