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향 Jun 07. 2020

메주자 이야기

         - 나거나 들거나  너를 지키신다, 이제부터 영원까지

정말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메주자(Mezuzah)’ –일명 하느님의 문패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흔한 메주자가 아니라 오래된 성당 바닥 쪽마루로 직접 만든, 귀한 것이었습니다.


경북 김천 평화성당은

1958년에 건립된 오래된 성당입니다.

그런데 나왕으로 된 성당 마룻바닥을,

 2011년에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있는 바닥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건립된 지 53년 만의 일입니다.

<사진 출처 :  김천 평화성당 홈페이지>

그런데 전용대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형제님

그 바닥마루가 그냥 내버려지는 것이 아쉬워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메주자’ 만들기였다고 합니다.

형제님의 깊은 신심(信心)과 기도의 결과물 같습니다.

그는 ‘경천애인(敬天愛人)’ 네 글자와 서울 세계 성체대회 마크가 들어간 메주자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서각(書閣)을 하여, 1,000여 개의 메주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해 성탄절에 맞춰 교우들에게 하나씩 선물했다고 들었습니다.

<출처: 평화성당 홈페이지>

나중에 글을 통해 읽어보니 작업 공정이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22cm 정도로 자르고 다듬어 사포질로 면을 고르게 깎아내고, 락카칠을 하고 잘 마르기를 기다립니다.

그 위에 ‘경천애인’이 적힌 채본을 붙이고

작은 망치와 칼로 조심조심 서각을 합니다.

남은 종이는 물에 불려 뜯어내고

글자를 파낸 자리에 을 합니다.

과정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다 쏟아 넣습니다. 

부분에 말씀 두루마리를 넣을 작은 구멍을 뚫고

한번 더 전체 도색을 하고 고리를 달아야 하나의 메주자가  완성됩니다.



성경에서 메주자가 가장 처음 등장하는 곳은 탈출기(출애굽기)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와 함께 애굽(이집트)을 탈출해 나올 때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발라 재앙을 피할 수 있었던 출애굽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메주자는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라는 명령이자

그 말씀을 잊지 않고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말씀을 기록한 문패를 들어가는 문의 오른쪽 위에 붙여놓고 출입할 때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하느님의 명령을 되새기는 것이지요.

언니 집을 갔다가 이 메주자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첫눈에 반해버렸지요.

그런 제 마음을 눈치챈 형부가 고맙게도

프란치스코 형제님께 메주자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어려운 부탁을 드려주었습니다.


선물을 전해 받고, 온 가족이 귀가하기를 기다려 다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메주자를 꺼냈습니다.

뭔지 모를 감동에 울컥하여 모두 잠시 말을 잊었습니다.

작은 구멍에 들어있는 두루마리 말씀을 둘째 아이 에스텔이 꺼내 읽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선물을 받은 그 날(2020.6.4)복음 말씀이었습니다. 모두 다시 한번 감동....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 또한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그리고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 써 놓아라.”(신명 6,4-9)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성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39)


경천애인(敬天愛人) –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네 글자 한 획 한 획을 새겨 넣었을 프란치스코 형제님...

그의 깊은 믿음과 사랑을 전해 받아

우리도, 마음에 정성껏 글자를 새겨 넣습니다.

- 경.천.애.인 .


마음을 다하여 정성을 다하여

사랑하고 또 사랑하겠습니다.


나거나 들거나 주님께서 너를 지키신다, 이제부터 영원까지. (시편 121,8)하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