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서향의 춤추듯 살아가는 이야기
실행
신고
라이킷
36
댓글
5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서향
Jun 07. 2020
메주자 이야기
- 나거나 들거나 너를 지키신다, 이제부터 영원까지
정말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메주자(Mezuzah)’
–일명
하느님의 문패
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흔한 메주자가 아니라
오래된 성당 바닥 쪽마루로 직접 만든,
귀한 것
이었습니다.
경북 김천 평화성당은
1958년에 건립된 오래된 성당입니다.
그런데 나왕으로 된 성당 마룻바닥을,
2011년에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있는 바닥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건립된 지 53년 만의 일입니다.
<사진 출처 : 김천 평화성당 홈페이지>
그런데
전용대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형제님
이
그 바닥마루가 그냥 내버려지는 것이 아쉬워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메주자’ 만들기였다고 합니다.
형제님의
깊은 신심(信心)과 기도의 결과물
같습니다.
그는 ‘경천애인(敬天愛人)’ 네 글자와 서울 세계 성체대회 마크가 들어간 메주자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서각(書閣)을 하여, 1,000여 개의 메주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해 성탄절에 맞춰 교우들에게 하나씩 선물했다고 들었습니다.
<출처: 평화성당 홈페이지>
나중에 글을 통해 읽어보니 작업 공정이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22cm 정도로 자르고 다듬어
사포질로
면을 고르게 깎아내고,
락카칠을
하고
잘
마르기를 기다
립니다.
그 위에 ‘경천애인’이 적힌
채본을
붙이고
작은 망치와 칼로 조심조심 서각을 합니다.
남은 종이는 물에 불려 뜯어내고
글자를 파낸 자리에
채
색
을 합니다.
과정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다 쏟아 넣습니다.
옆
부분에 말씀 두루마리를 넣을 작은 구멍을 뚫고
한번 더
전체
도색
을 하고 고리를
달아야 하나의 메주자가
완성됩
니다.
성경에서 메주자가 가장 처음 등장하는 곳은 탈출기(출애굽기)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와 함께 애굽(이집트)을 탈출해 나올 때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발라
재앙을 피할 수 있었던
출애굽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메주
자는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라는 명령
이자
그 말씀을 잊지 않고 살겠다는 다짐
입니다.
말씀을 기록한 문패를 들어가는 문의 오른쪽 위에 붙여놓고 출입할 때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는
하느님의 명령을 되새기는 것
이지요.
언니 집을 갔다가 이 메주자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첫눈에 반해버렸지요.
그런 제 마음을 눈치챈
형부가
고맙게도
프란치스코 형제님께
메주자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어려운
부탁을 드려주었습니다.
선물을 전해 받고, 온 가족이 귀가하기를 기다려 다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메주자를 꺼냈습니다.
뭔지 모를 감동에 울컥하여 모두 잠시 말을 잊었습니다.
작은 구멍에 들어있는 두루마리 말씀을 둘째 아이 에스텔이 꺼내 읽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선물을 받은 그 날
(2020.6.4)
의
복음 말씀이었습니다.
모두 다시 한번 감동....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 또한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그리고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 써 놓아라
.”(신명 6,4-9)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성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39)
경천애인(敬天愛人)
–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네 글자 한 획 한 획을 새겨 넣었을 프란치스코
형제님
...
그의
깊은 믿음
과 사랑
을 전해 받아
우리도, 마음에 정성껏 글자를 새겨 넣습니다.
- 경.천.애.인
.
마음을 다하여
정성을 다하여
사랑하고 또 사랑하겠습니다.
나거나 들거나 주님께서 너를 지키신다, 이제부터
영원까지
. (시편 121,8)
하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keyword
하느님
신앙
성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