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영남일보 책읽기상에 응모하여 수상한 글 '죽어야 할 운명임을 다시 기억하며'도 그렇다.
십 년 전 발병한 면역질환을 평생 친구로 삼고 살아가게 되면서부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누구에게나 한 번은 반드시 찾아오게 되는 그 순간을
좀 잘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누구나 그렇겠지만...
백혈병으로 긴 시간 투병하시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도,
치매로 여러 해동안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도,
두 분만큼이나 지켜보는 가족들이 고통스러웠다.
지난해 남편과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였다.
혼자 마음 결정을 하고,
관련기관을 방문하기 전에
남편에게는 이야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에 얘기를 건넸더니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손잡고 갈 동반자이니 함께 하는 게 맞다며 선뜻 동참해 주었다.
안내에 따라 설명을 듣고 사인을 했다.
의사의 판단에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는 연명치료 -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등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하나, 사후 각막과 장기 기증, 인체 조직 기증에도 동의를 했다.
여러 날 뒤에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증과 함께 운전면허증에 붙이는 하트 세 개가 도착했다.
다음에 면허증을 재발급받을 땐 함께 기록되어 발급된다고 한다.
만약에 나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긴다면 남겨진 두 딸아이가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싶다.
또 나의 주검이 누군가의 남은 삶에 작은 보탬이 된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닐까.
여러 해 전 티베트 여행 중에 간덴사원 뒤에 있는 조장(鳥葬)터를 찾은 적이 있었다. 천장(天葬)이라고도 불리는 그 장례의식은 시신을 새들의 먹이로 주어 온전히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인도 여행 때도 갠지스 강가 화장터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그 재를 그냥 강물로 쓸어내리는 것을 보았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멸된다는 것은 허무한 일이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