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향 Jun 19. 2020

창가에 '행복이'가 자란다

꽃잎이 하나하나

피는 걸 보고 어느 시인은

작은 우주가 열린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깊은 땅 속에서 바짝 마른 씨앗 한 알이

기지개를 며 싹을 틔우고

흙을 밀어 올리며 얼굴을 내미

그 시간과 그 순간을 생각해 보면 

참 신비롭고 경이롭다.



6월 11일.

손톱만 한 '행복이'  한 알을 심었다.

온몸에 행복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진  

하얀 콩알,  하나.

 

옛시조 < 매화사>에서 작가는

'어리고  성근  매화  널  믿지 않았더니'로  노래를 시작한다.

매화나무  한  그루를 심으며

연약하고  엉성해 보여  꽃을  피울 거라  기대도 안 했는데  

눈 내리면  피겠다는  약속을 지켜 두세 송이가 피었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나는  행복이를 처음부터 믿었다~^^

물기 하나 없는 콩알  그 깊은 몸속에

작은  행복의 움 하나 품고 있으리라고.


"저... , 여기 있어요."

4일 만에

까꿍~하고 얼굴을 내밀더니

하루하루 쑥쑥 자란다.


매일 아침  몇 방울의 맑은 물

창가의 햇살 한 줌

으쌰 으쌰 관심의 눈길  몇 번으로

행복이는 자란다, 쑥쑥 쑥쑥


"제 맘에 품고 있던 새순이에요.""

8일 만에

행복이의 품속에서 파릇파릇

새순이 기지개를 켠다.


매일 아침  몇 방울의 맑은 물

창가의 햇살 한 줌

으쌰 으쌰 관심의 눈길  몇 번으로

행복이는 자란다, 쑥쑥 쑥쑥


어쩌면

우리 맘속에도

행복의 씨앗 한 알 숨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바짝 마른 콩알 하나도

흙을 뚫고, 머리를 들고, 움을 틔우고,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다.


약하고 엉성하여 믿지 못했지만

눈[雪] 기약 능히 지켜 꽃을 피운 어린 매화처럼

때가 되면 우리 삶에도

행복의 꽃 한 송이 피리라 믿는다.


몇 방울의 맑은 물

창가의 햇살 한 줌

서로에게 전하는 으쌰 으쌰 관심의 눈길만 있다면......


사진 추가(2020. 6. 22. 주말을 혼자 보낸 행복이~♡)

2020. 7.2 하늘로 하늘로 향하는 행복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