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그날의 날씨를 알려주는 친구가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정확한 친구 덕분에 요즘은 휴대폰에 들어와 있는 일기예보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비가 올 확률이 높은 날은 미리 우산을 챙기고, 낮 기온을 보고 스카프나 카디건을 챙기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어제 날씨는 어땠더라?’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불과 하루 전의 일인데도. 하지만 중요하진 않다. 그 바쁜 아침에 지나간 어제 날씨를 꼭 기억해 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날씨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전시회가 있다. 프랑스, 독일 출신의 ‘트로이카(TROIKA)’라는 세 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의 전시였는데 드로잉, 설치 등 아주 다양했다.
나의 발길을 붙잡은 작품은, ‘The Weather Yesterday’ (어제의 날씨)라는 설치 미술이었다. 얇은 LED 패널을 붙여 날씨를 알려주는 구름과 해, 그리고 기온을 나타내는 숫자와 같은 날씨 관련 아이콘을 표현한 것이었는데, 흥미있는 것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그 날씨가 오늘이 아니라 어제의 날씨라는 것이다.
서울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서울의 날씨를 인터넷을 통해 지구 건너편에 있는 캘리포니아의 서버로 전송하고, 24시간이 지난 후 그 정보를 다시 서울로 전송 받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였다. 이미 쓸모없는 정보가 되어버린 어제의 날씨를 하루가 지난 뒤에, 그것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 알려주고 있다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갔다.
쓸데없는 것을 전하는 일에 열심인 우리의 모습을 풍자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어제의 기억조차 이제는 기계 장치에 의존하는 시대가 된 듯한 서글픔, 지나간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하는 의문까지.
작가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리기는 어려웠다. ‘오늘’에만 집착하고 ‘내일’을 향해 달려가느라 ‘어제’를 잊고 사는 우리 자신을 한번 돌아보라는 메시지 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쓸데없이 지난 일을 많이 기억하며, 혹은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라는 것 같기도 했다.
어제는 기억하려는 것이 어제의 일기예보를 듣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오늘’이 현실이고 ‘내일’이 꿈이라고 한다면 ‘어제’는 추억이니까.
하지만 나는 어제의 날씨는 잊고 밖으로 나가 오늘의 날씨를 즐기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스마트 폰에 매어 있지 말고 창문을 활짝 열고 온몸으로 호흡하며 오늘의 날씨를 직접 느껴보라.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지금, 이 순간을 누려 보라. 어제의 일에 연연하여 현재의 일을 그르치거나 내일의 꿈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다.
어제는 바람이 불었지만 오늘은 꽃이 피었다.
햇살 가득한 오늘, 아직도 어제의 우울에 젖어 있는가.
선물 같은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바로 ‘오늘’이다.
어제의 날씨는 잊고 오늘의 날씨를 즐겨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