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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의 춤추듯 살아가는 이야기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by
서향
Apr 20. 2022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A. E. 하우스먼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어느 현명한 사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크라운, 파운드, 기니는 다 주어도
네 마음만은 주지 말거라.
진주와 루비는 모두 주어도
네 자유로움만은 잃지 말아라."
하지만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으니
나는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다시 그가 내게 말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난 사랑은
늘 대가를 치르는 법
그 사랑은 넘치는 한숨과
끝없는 후회 속에서 얻어진단다"
지금 내 나이 스물하고 둘
아, 그것이 진리인 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새벽에 주어지는 글제로 4주간 글을 쓰는 모임을 하고 있다. 오늘이 3일차.
오늘의 주제는 A. E. 하우스먼의 시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이다.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나는 스무 살에 만난 ‘그’와 한창 사랑의 밀당을 하고 있었다.
‘그’를 빼고 나의 이십 대를 이야기하는 건 무리.
학교 앞 민속주점에서
두부김치 한 접시와 소주 한 병을 두고 주고받은 밀어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사이에 일렁이던 물결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
스물에 만나
스물여섯에 결혼을 하고
보석같이 반짝이는 두 딸아이를 선물받고
서른 해를 함께 살고 있다.
아직 한 침대에 한 이불을 덮고 잔다고 친구들에게 희귀동물(?)로 취급받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함께다.
오늘 설레고 빛나던 우리의 청춘을 생각하다
7년 전 부부일기를 꺼내 읽었다.
그날 우리의 일기 제목은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이었다.
설레는 그날로 떠나 본다.
2015년 1월 26일
사랑하는 나의 善에게
29년 전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약간의 촌스러움
이었습니다.
단정한 커트머리를 한 당신이 귀여워 보였고
하얀 도화지처럼 순수해 보였던 것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그리고 애교스런 말투에 조리있게 말하는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아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女子였습니다.
결혼은 凹凸과 같은 사람끼리 만나야 잘산다고들
합니다. 우리 부부는 닮은 구석도 너무도 많은 반면에
분명 다른 부분도 분명히 구별지워 집니다.
살아가면 갈수록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끼고
또
나를 선택한 당신
, 정말 고맙습니다.
- from 가브리엘
2015년 1월 26일
내가 처음 당신을 만나 사랑하게 된 이유는,
당신의 부드러움과
앞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뒤에서 지지하고 배려하고
말없이 돕는 모습에 반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잘생긴 외모도 한몫
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
그런 모습은 근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인데
내가 변해서 그런 모습을 “우유부단하다”, “왜 나서지 못하는가”하며
불평하고 투정을 부렸던 것 같아요.
당신이 반대로 완전히 무식하게
나대는 스타일로 바뀌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ㅜㅜ
내가 처음 반했던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 주세요.
저도 그런 당신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겠습니다.
- 당신의 써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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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조쌤', 친구에게는 '써니', 글쓸 때는 '서향', 그리고 또 하나 - 바다의 별, '마리스텔라'라는 이름으로 춤추듯 살아가는 일상을 기억하고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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