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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Apr 21. 2022

 천하무적 팔남매

               - 가장 아름다운 유산

글쓰기 모임 4일차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에 잠을 깨어 폰을 확인하니

오늘 내게 주어진 네 번째 글감은 ‘카이로스’였다.      




‘기회’와 ‘특별한 시간’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 말, 카이로스.

출근 준비를 하며,

출근길 차 안에서,

모닝 커피를 마시며

내내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나에게 주어졌던 기회?

혹은 특별한 시간?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내 생에서 가장 고된 여행이었지만 특별했던 티베트여행과

칭짱열차에서의 48시간,

게르에서 바라본 몽골의 밤하늘,

하얀 미사보를 쓰고 마리스텔라로 다시 태어나던 그 순간,

가브리엘과의 25일간의 배낭여행,

긴 산고 끝에 품에 안은 영,원이와의 첫 만남의 순간.      


결국 마지막 선택한 하나는,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남겨주신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유산(遺産),

천하무적 팔남매와의 ‘특별한 시간’이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다.

매월 글을 연재해 오던 지역잡지에서 우리가족 이야기를 본 KBS작가가

섭외 요청을 해왔다.

팔남매의 가족체육대회 이야기가 인상적이라며

다큐를 하나 찍자는 것이다.

그러나 사전 인터뷰 과정에서 팔남매가 모여 살

가족타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자연스럽게 포커스는 그쪽으로 맞춰지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별한 시간’

몇 달 동안의 촬영과 방영,

형부, 언니들의 손으로 만든 가족타운에서 만들어 가는 팔남매의 사랑이야기.

팔남매뿐 아니라 2세대, 3세대들까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지,

뭉치면 얼마나 힘이 센지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세월이 꽤 지났는데도 매년 5월이면

유튜브 조회수가 늘고, 따뜻한 댓글들이 달린다.

가끔 우스갯소리처럼 ‘방송 출연한 사람들’답게

우린 더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의기투합 다짐하지만

애써 노력할 일은 아니다.

늘 살던 대로 사는 것이, 넘치는 웃음과 정(情)이기에.     



또 한번 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보려 한다.

천하무적 팔남매의 가족타운, 퇴강마을 흙집 마당에서 펼쳐지는

‘가족 작품전시회 겸 플리마켓’을 준비 중이다.

- 손재주 많은 언니, 동생들과 달리 솜씨 없는 나는

텃밭에 나는 부추라도 뜯어 부침개라도 구워 팔아볼까 생각 중이다.


방송 출연료에 가족회비를 보태 좋은 곳에 기부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수익금이 나온다면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곳에 쓰이게 되리라 믿는다.      




‘특별한 시간’은 특별히 ‘주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냥 흘러가는 일상의 시간에 우리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하여,

“울언니야들, 동상들~ 오늘도 사랑한데이.”

고백하는 지금 이 순간도 나에겐 특별하다. 그래서 행복하다.                          




<사람과 사람들 -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FpLOl_jCF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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