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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Apr 25. 2022

봄꽃보다 울언니

2022년 4월 23일(토) 날씨: 맑음



나만의 케렌시아,

보름만에 다시 찾은 오두막집 청소를 하고 마당에 나갔더니

언니네 꽃밭은 온통 꽃천지다.      

울언니야 꽃밭은 예쁘다.

참 예쁘다.     



언니집 뒷문에서

두릅전 냄새가 났다.

두 손에 하얀 가루를 묻히고 있는 언니를 보고

결국 울고 말았다.

괜히 화가 나고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

내가 오두막집에 쉬러 올 때마다

맛난 거 해 먹이려고 내내 서서 발 동동거리는

언니한테 괜히 투정을 부려본다.


"난 언니 수고하는 게 싫어. 그냥 컵밥 먹으며 쉬려고 왔단 말이야."

언니는

“두릅전 구워먹어야지 생각했는데 네가 와서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러냐?”

며 버럭 화난 시늉을 했다.    

  


그 뒤로도 언니의 손은

큰솥에 국을 끓여내고

장떡을 구워내느라

쉴 틈이 없었다.

화로 위 석쇠에 고등어가 구워지고

온갖 장아찌들이 차려지고야

언니는 자리에 앉았다.     

30여 년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 얼굴이

희미해질 때가 있다.

품속에 안기던 포근한 느낌도,

엄마 냄새도 이젠 기억에 없다.


하지만 난

니에게서 엄마를 만난다.

온마음으로 나를 걱정하고

온마음으로 나를 위해주는

엄마의 마음을 느낀다.


언니네 화단의 꽃은 예쁘다.

그래도

난 울언니가 더 예쁘다.


하늘나라 엄마를

지상에서 느끼게 해주는

울언니야

세상에서 젤 좋다.      


-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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