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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May 10. 2022

동그라미 밥상

    - 시험기간이 되면

글쓰기 모임 열일곱 번째 글감 – 시험  



정답에 동그라미그려진다.

오답에 빗살이 그어진다.       



   

두 딸아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중간,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우리집 아침밥상엔 온통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오이도 동글동글 썰어 무치고,

애호박도 동그랗게 볶고,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도 동그랗게,

두부를 구워도 동그랗게 잘라서 접시에 담았다.

동그랑땡은 절대 빠지지 않았다.

생긴 것도 맘에 들지만

이름부터 한몫을 하니, 늘 센터다.     



처음엔 정답만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보여

아이에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생각될 때도 있었지만

평소 나의 성향을 아는 아이들은

동그라미 밥상

시험 기간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가끔은 한 수 더 떠

동그란 방울토마토와 청포도 옆에

사과도 동그랗게 깎아 담고

귤도 가로로 가로질러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이건 너무 오버인가?”하며...     




이젠 이십 대 후반이 된 두 아이가

동그랑땡 아침밥상을 받을 일은 없지만

나중에 엄마가 되어

아이의 시험기간이 되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커다란 너비아니를 동그랗게 굽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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