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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정할 정 Feb 02. 2021

지우개- 가시 세운 고슴도치

토하듯 글쓰기



나는 고슴도치다.




연약한 속살을 감추고 가시를 세운다.




상대가 만만하게 볼 수 없도록,

가시에 찔릴까 두려워하길 바라며.

나를 뾰족하게 만든다.




내 안이 너무나 연약해서,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벽을 세운다.





이런 태도는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할 수 없게 만들었고,

나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으며,

솔직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비겁하게 가시를 세우며 숨었다,

아무도 속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아픔을 건드릴 수 없도록.





나에게는 정확한 선이 있다고 믿어왔다.



그 선을 밟거나 건드리는 존재는

가감 없이 끊어냈다.

마음을 준 상대라고 해도.



처음부터 크게 정을 주려 하지 않았고,

만남을 시작할 때는 그 끝을 정해두었다.

타인 때문에 다치고 싶지 않았고,

작은 상처도 나지 않길 바랬다.



그 선을 자꾸 침범하고

나를 건드는 존재가 생기기 전까지.




사랑하는 사람,

내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내 사람.





내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나를 삼킬 듯 커져서

더 이상 묵혀 둘 수 없어 토해내고 싶은 순간에 만난,


나의 이야기를 어떤 판단 없이 들어 주려 했던,

나의 아픈 손가락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해준 따뜻한 내 편,




사람, 사랑.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스스로 부정해 온 나의 일부를

나보다 더 깊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상대를 만났다.

가시에 찔려 피가 나는 순간에도

나를 꽉 안아주었다.



못난 나는

그 상처를 견디며 아파하는 상대를 보며

안심하던 못난 사람이다.




그가 아픔을 참고 안아주었던 순간들이 쌓여

나의 벽도 조금씩 허물어졌고

내 세상도 조금씩 따뜻해져 갔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

난 고슴도치가 아니었다.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가시는

원래 나의 것이 아니었다.



받은 상처들을 더 날카롭고 뾰족하게 만들어

몸 깊숙이 찔러 놓아두고 아파하고 있었다.




몸에 박혀있는 가시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며




연역한 속살을 드러내며

내가 만든 상처들을 치료하는 중이다.




살아가며 다른 고슴도치들도 만난다.

연약한 속살을 감추고 뾰족하게 가시를 세운.




그 가시를 뽑아낼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 사랑을 만나





더 이상 스스로 찔러둔 가시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그와 가까운 사람들도

더 이상 아프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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