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듯 글쓰기
나는 고슴도치다.
연약한 속살을 감추고 가시를 세운다.
상대가 만만하게 볼 수 없도록,
가시에 찔릴까 두려워하길 바라며.
나를 뾰족하게 만든다.
내 안이 너무나 연약해서,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벽을 세운다.
이런 태도는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할 수 없게 만들었고,
나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으며,
솔직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비겁하게 가시를 세우며 숨었다,
아무도 속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아픔을 건드릴 수 없도록.
나에게는 정확한 선이 있다고 믿어왔다.
그 선을 밟거나 건드리는 존재는
가감 없이 끊어냈다.
마음을 준 상대라고 해도.
처음부터 크게 정을 주려 하지 않았고,
만남을 시작할 때는 그 끝을 정해두었다.
타인 때문에 다치고 싶지 않았고,
작은 상처도 나지 않길 바랬다.
그 선을 자꾸 침범하고
나를 건드는 존재가 생기기 전까지.
사랑하는 사람,
내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내 사람.
내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나를 삼킬 듯 커져서
더 이상 묵혀 둘 수 없어 토해내고 싶은 순간에 만난,
나의 이야기를 어떤 판단 없이 들어 주려 했던,
나의 아픈 손가락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해준 따뜻한 내 편,
사람, 사랑.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스스로 부정해 온 나의 일부를
나보다 더 깊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상대를 만났다.
가시에 찔려 피가 나는 순간에도
나를 꽉 안아주었다.
못난 나는
그 상처를 견디며 아파하는 상대를 보며
안심하던 못난 사람이다.
그가 아픔을 참고 안아주었던 순간들이 쌓여
나의 벽도 조금씩 허물어졌고
내 세상도 조금씩 따뜻해져 갔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
난 고슴도치가 아니었다.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가시는
원래 나의 것이 아니었다.
받은 상처들을 더 날카롭고 뾰족하게 만들어
몸 깊숙이 찔러 놓아두고 아파하고 있었다.
몸에 박혀있는 가시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며
연역한 속살을 드러내며
내가 만든 상처들을 치료하는 중이다.
살아가며 다른 고슴도치들도 만난다.
연약한 속살을 감추고 뾰족하게 가시를 세운.
그 가시를 뽑아낼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 사랑을 만나
더 이상 스스로 찔러둔 가시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그와 가까운 사람들도
더 이상 아프지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