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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Jun 07. 2019

긴 노후가 선물이 되려면

린다 그래튼의 '100세 인생' 서평

호모 헌드레즈. 백 세 시대다. 우리나라에서 100세 이상 인구는 2030년에는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던지는 질문은 ‘긴 수명은 축복일까 저주일까’이다. 여기에서 ‘저주’란 말은 과장된 듯하다. ‘축복일까 큰 부담일까’ 정도의 고민 아닐까? 준비되지 않은 100세 시대는 위험하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힘든 노후를 맞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해놓아야 한다는 말은 이젠 상투적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재무적 준비가 핵심이다.



런던경영대학원 교수인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이 쓴 ‘100세 인생’은 노후 준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좋은 책이다. 100세 시대를 ‘저주가 아닌 선물’이라는 시각에서 보고 그렇게 되기 위해 개인과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있다. 오래 사는 것을 부담으로 느끼고 준비하는 피동적 태도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비를 해서 100세 시대를 선물로 누리자는 제안을 한다.



이 책에 따르면 2007년생인 어린이들의 절반이 생존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이는 일본이 107세,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가 104세, 영국이 103세, 독일이 102세이다. 절반이 백 세가 넘게 산다는 말이다. 저자들은 우리는 실제보다 오랫동안 젊게 살게 될 것이라면서 더 오래 일하는 등 인생 전반을 재설계하라고 권고한다. 지금까지는 교육을 받고, 직업 활동을 하고, 퇴직을 하는 3단계의 삶을 살아왔지만, 재교육을 통해 다시 일하는 다단계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수라는 선물을 잘 활용하려면 70대 또는 80대까지 일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지식을 복습하는 것으로 안 되며 지식과 기술의 재교육을 위한 근본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노후 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돈이다.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데 대부분 사람은 역부족이다. 육아와 교육 등에 많은 돈을 쓰다가 빠른 퇴직에 직면하면 긴 노후라는 암담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저축을 많이 하거나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100세 인생’은 긴 노후를 위해 후자에 방점을 둔다.



저자들은 우리가 가진 무형자산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생산자산. 직장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소득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과 지식이 여기에 들어간다. 둘째는 활력 자산.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웰빙을 의미하는 자산으로 우정, 긍정적인 가족관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가 중요한데 변형 자산이다. 예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능력이다. 창의성에 대한 개방적 태도,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 실천적 행동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저자들은 1단계의 삶을 마친 후 과도기에 이 같은 변형 능력을 활용해 재충전과 재창조를 한 다음 새롭게 일하는 노후를 바람직한 미래로 제시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긴 노후에 일하는 기간을 늘려 자아 성취도 하고 필요한 자금도 마련하라는 것이다.



긴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개인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변형 능력의 활용이라면 기업과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들은 기업은 근로자의 이 같은 삶의 구조를 인정하고 그들이 변형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도 기존의 교육, 일, 퇴직의 3단계에 맞춰진 정책을 다단계 삶을 전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평생 수당과 평생 세액공제 도입 등 조세와 복지 정책을 수술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100세 시대에 가장 이슈가 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는 불평등이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가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말했듯이 건강의 개인적 책임의 문제만은 아니며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취약계층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더 자주 아프기 때문이다. 이는 수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12년 이상 더 산다. 건강과 수명의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자원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 이러한 건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보건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한다. 100세 인생이 특권층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100세 인생. 선물로 생각하고 싶지만 부담스러운 인생의 후반으로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7백만 명이 넘는 베이비 부머 중 상당수가 이렇지 않을까. 당장 준비가 충분치 않은 형편이어서 말이다. 린다 그래튼 등이 쓴 ‘100세 인생’은 여가 생활만을 하는 노후가 아니라 당당하게 일하는 노후를 새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 인생의 2막에 대한 시선을 바꿔주고 있다. 변형 능력을 키워 재충전과 재교육으로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일터에서 생산적으로 인생의 후반을 새롭게 꾸며나가는 인생 후반전! 많은 분들이 그 열차에 탑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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