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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Jun 29. 2019

"무역협상 재개" 대선 의식한 트럼프의 선택

미국과 중국은 휴전을 선택했다. 휴전의 확률이 더 높다는 예상대로이다. 트럼프의 입을 통해 지금까지 나온 합의의 내용은 다섯 가지이다.



첫째, 중단된 무역 협상을 재개한다.

둘째, 협상 기간 동안 추가적인 관세 부과는 없다.

셋째, 현재 부과되고 있는 양국의 관세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한다.

넷째,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한다.

다섯째, 중국은 대규모의 중국 농산물을 구입한다.



CNN이 보도한 트럼프의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https://edition.cnn.com/politics/live-news/g20-june-2019-intl-hnk/index.html



<추가 관세 부과 조치 관련>

“3,5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적인 관세 부과를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번에 협상을 중단했던 지점부터 중국과 협상을 할 것이다. 중국은 우리가 협상을 할 것이고 협상 기간 중에도 미국 중서부의 농민들로부터 많은 농산물을 구매할 것이다. 중국은 대규모의 식품과 농업 제품을 미국에서 구매할 것이며, 이를 매우 빨리, 즉시 시작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3,250억 달러의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트럼프가 관세 대상 금액을 3,500억 달러와 3,250억 달러로 얘기하고 있는데 3,250억 달러가 맞다)



<현 관세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관세는 현 상태로 두기로 했다. 당분간 중국에 대한 관세를 없애지 않을 것이다”



<화웨이 문제>

“우리는 화웨이 문제를 맨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다.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부회장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미국 기업들은 다시 화웨이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그들이 화웨이에게 제품을 팔 수 없게 된 데 대해 행복해하지 않았다”



앞으로 추가적인 보도와 분석들이 나오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합의 내용을 보면 양국은 '스몰 딜'로 확전을 피하면서 추가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버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미국 대선을 의식해서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지금 미국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토론이 한창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미국 여론의 시선을 자신에게도 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과 휴전에 합의하고, 김정은에게도 DMZ에서 만날 것을 제안한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관셰 보복 조치를 하지 않아온 3,25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국에 대한 엄포용으로는 좋은 카드였지만, 실제 시행하려면 트럼프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큰, 부메랑이 되는 '나쁜 선택'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추가로 관세가 부과되면 비용이 올라가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며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취소해달라고 공개 요청한 것을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로 미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이 감소하면서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미국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점도 트럼프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시진핑과의 회담 후 유독 '미국 중서부'를 거론하면서 중국이 이 지역에서 대규모 농산물을 사들일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화난 농심을 달래고 표밭을 다지려는 정치적 속셈이 깔려있는 것이다.



화웨이 문제에 대한 합의는 시간을 두고 흘러나오는 얘기를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게 제품을 파는 것을 허용하겠다''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부회장 얘긴 거론되지 않았다' 두 가지이다. 화웨이 통신 장비를 미국이 사들이겠다거나 동맹국들이 구입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말은 빠져있다. 현재까지 언급된 얘기만을 고려할 경우, 이 또한 미국 기업들에게 수출의 숨통을 터주는 제한적 조치로 보인다. 화웨이 제품에 대한 구매 중단은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견제 조치로 나온 것인 만큼 이 이슈에 대해 어떤 논의가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추가 관세는 부과하지 않되 현 관세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트럼프 식 협상전략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트럼프 말대로 중국이 미국의 농산물을 대량으로 구입하되 현 관세 부과 조치가 유지된다면 이는 미국에 유리하고, 중국에는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렇게 합의가 된 것인지 좀 더 나오는 얘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유보된 추가 관세는 앞으로 이어질 무역 협상에서 합의를 유도하기 위한 카드로 계속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트럼프의 모든 의사 결정은 내년 11월로 다가온 대선, 즉 재선의 관점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It is time to fight dirty'(지저분하게 싸울 시간이다) 선거를 앞두고 늘 보아왔던 정치권의 싸움은 이렇게 진행될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토론이 시작된 만큼 트럼프에 대한 날선 공격도 거세질 것이다. 트럼프로선 이젠 민주당에게 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고, 성과를 극대화하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에 들어섰다. 미중 무역협상이든, 북미 협상이든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서 '정치적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1년 5개월이나 앞둔 2019년 6월은 합의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다. 연말이나 내년 초쯤이 되지 않을까. 트럼프는 대선 판세에서 자신이 유리하게 보이면 협상에서 강경하게 나가고, 불리해지면 다소 아쉽더라도 '성과의 결과물'을 만들려는 의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선거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시즌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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