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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Jun 24. 2019

60대 부부의 단순한 자족의 삶!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서평

고령화 시대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장수하는 시대이다.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백세시대’를 살아가야 할 지금의 5, 60대는 당장 눈앞에 닥친 장수의 가능성이 반드시 즐겁지만은 않다. 특히 자녀 교육 등에 올인하느라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퇴직해야 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노후는 어떻게 준비하고 보내야 할까. 이에 대해서 이미 많은 책이 나와 있다. 대부분 책들은 아직 퇴직을 경험하지 않은 전문가들이 ‘머리의 언어’로 썼다. 은퇴한 경험을 토대로 ‘마음의 언어’로 퇴직 후의 생활에 대해 지혜를 주는 책은 많지 않다. 일본의 60대 부부인 bon(남편)과 pon(아내)이 쓴 ‘아직 즐거운 날이 남았습니다’는 이런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이들 부부는 본명을 알려주지 않고 별명으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bon과 pon 두 부부는 2016년 2월부터 시작한 인스타그램에서 커플 스타일링으로 인기를 끌며 글로벌 SNS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들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bonpon511. ‘511’은 이들의 결혼기념일은 5월 11일 뜻한다. 현재 팔로워 수는 무려 80만 2천 명에 이르고 있다.



두 사람은 bon의 정년퇴직을 계기로 오랫동안 살던 아키타를 떠나 센다이에서 새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자신들의 삶의 여정을 이 책에서 세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많은 사진과 함께. 센다이에서 이들의 삶은 말 그대로 단순한 삶, 심플 라이프(simple life)이다. 집도 큰 단독주택에서 작은 아파트로 줄이고, 가구와 식기 등 모든 살림살이의 양을 10분의 1로 줄였다. 이들이 센다이를 삶의 마지막 터전으로 선택한 이유는 운전을 안 해도 되는 등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하여도 생활하기 편리한 환경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bon과 pon은 커플 스타일링으로 유명해서 의류 구입에 얼마를 쓸지가 궁금해진다. 이들은 옷은 한 벌에 5000엔 이하짜리를 사고, 양말은 1000엔에 세 켤레를 산다고 한다. 비싼 옷을 사지 않는다. pon은 립스틱 외에 화장품을 쓰지 않는다. 두 사람은 샴푸를 쓰지 않고 머리도 집에서 직접 자른다. 식료품은 가격이 싼 것을 찾는다. 식사는 늦은 아침과 이른 저녁, 두 끼만 먹는다. 아침 식사는 토스트와 샐러드, 햄과 달걀, 저녁 식사는 채소국에 현미밥과 된장국 정도이다. 옷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출을 할 뿐 검소한 생활 그 자체이다.



두 사람은 일요일마다 교회에 간다. “일주일에 한 번, 평소의 삶을 되돌아보거나 미래를 생각하는 등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랍니다”라고 말한다. 이 부부가 딸들에 당부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마라’,‘항상 웃어라’ 딱 두 가지이다. 교육도 단순하다. 중요한 가치에만 집중한다.



bon과 pon은 센다이에서 둘이 기대고 살아가는 슬로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카르페 디엠’, 하루하루의 삶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두 사람의 얘기다. “불필요한 것을 전부 처분하면서 생활이 간소하게 바뀌었어요”,“혼자가 아닌 둘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하고 편해져요”,“내일 당장 어떤 일이 생길지 우리는 몰라요. 지금 느끼는 매일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잃은 후에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요. 그래서 지금은 소중히 하고 싶어요. 우리 자신을 위해 늘 겸허한 마음으로, 항상 웃으며, 즐겁게 살고 싶어요”



가볍고 단순하게, 하지만 행복한 노후를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의 얘기를 읽어나가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바로 이거야!’라는 공감이 들었다. 삶이든 노후든 앞으로의 시간은 복잡하게 생각할수록 문제는 더 어렵게 보이는 것이다. 심플하고 경쾌한 마음을 먹으면 주어지는 순간순간을 평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것 아닐까. 행복은 가진 것이나 환경이 아니라 자족할 수 아는 마음의 힘, 즉 ‘自足力’에 달려 있으니까 말이다.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라고 말하는 두 사람을 보며 역시 노후의 행복을 결정하는 관건은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부부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 노후의 생활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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